“한우물만 판 사과쟁이.”
‘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쉬지 않고 꾸준히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15년 동안 사과나무만을 하고 있는 ‘진모농원’의 이경종(35)대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가평군 북면 제령리 9천900여㎡(3천여 평) 규모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봤다. 따스한 햇살만큼이나 그의 수수하고 털털한 웃음이 매력적이다.
 
 # 사과는 내겐 ‘꿈’

이 대표가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한 해는 1995년. 절묘하게도 그해는 ‘우루과이 라운드’가 발효된 해이기도 하다. 그 영향으로 당시 사과는 맨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도 말렸다. 이 대표는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며 “사과는 당시 내 미래의 꿈과도 같았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하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사과를 관리하고 보살피는 일로 시작한다. 그만큼 그에게 사과나무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쉴 때는 푹 쉬기도 한다”며 “하지만 언제든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한다.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진모농원’의 진모는 자신의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2006년에 결혼해 지금의 부인을 만난 이 대표는 부인이 사과과수원에서 일하는 걸 말린다. 단지 판매할 때만 같이 할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고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 잘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 대표는 사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다. 2007년부터 직거래 80%, 시장에 20%의 비율로 팔고 있는 ‘진모농원’은 2006년 기준 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작년보다 수익은 나쁠 것 같다”며 “경제가 살아야지 농업인도 살고, 모두가 살 수 있다”며 걱정했다.

 #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20대의 철없던 시절 실패도 겪었다. 1995년부터 처음 3년간 이 대표가 사과나무를 하고 남은 건 빚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남이 하라는 대로 했던 게 큰 원인이었다. 그 후 여기저기 견학을 다녔다. ‘사과연구회’에 가입도 해 교류도 쌓으면서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될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홍로(사과 품종 중 하나)는 약을 적게 치면 탄저병이 오는 걸 알았다”며 “하지만 적기를 모르니까 또 약을 치고 수없이 실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어떤 실패의 계기를 무조건 기록으로 남겼으면 한다”며 “처음 시작하고 3년치만 남겼어도 그건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냥 실패한 것도 적어야 되고, 좋은 것도 적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엄청난 경험의 기록이자 하나의 논문이고 최고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떤 것이든 주기가 있고, 어느 시기에 비율이라는 게 있다”며 “그 기록이 관리가 없었다. 그래서 꿀맛 같은 사과보다 실패의 맛을 많이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되던 안 되던 일단 해봤다. 2003년도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화학자재도 많이 주고 방제도 많이 했다. 있던 돈을 다 쏟아 부었다. 주위에서는 무식하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우연히 맞아떨어졌다. 당시 4천500만 원의 수익을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애써 겸손해했다.
그 후부터 친환경자재를 쓰면서 그 동안의 노하우를 접목해갔다. 2004년부터는 사과를 보름 동안 바깥에 놔둬도 썩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 그 이전에 3일만 바깥에 놔둬도 썩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제 사과에 대해서는 누구한테 얘기해 줄 정도는 된다”며 “그 수많은 실패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더 큰 꿈을 위해

사과나무는 한 번 재식하면 같은 장소에 오랫동안 재배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심기 전에 변수들을 유심히 검토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기반 조성은 가장 중요하다. 이는 각종 생리장해가 토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한 배수 역시 마찬가지다. 배수가 불량하면 나무의 병 발생은 물론, 생산력은 저하된다. 그만큼 어떤 지역에서 심고, 어떻게 기반을 조성했느냐는 사과의 우수성을 가르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경종 대표는 “처음에 사과나무를 적지에다 심지 않고 논에다 심었기 때문에 농사 고생을 했다”며 “당시에는 기반 조성보다는 너무 의욕만 앞서 있었다. 또 젊은 기운에 이 집 견학가면 그거 실험해보고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수없는 실험만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많은 실패는 돈으로 연결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은 내가 한 실패를 보고 안 따라가니까 도움이 된다. 지금은 비록 어느 정도의 수입이 생기지만 꼭 빨리 가는 것만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농업인들도 자신의 주관을 갖고 꿋꿋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그 법칙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는 사과가 이 대표 자신의 더 큰 꿈을 발견하게 해 줬다. 그는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사과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농업인이 아니다. 지금의 지역에서 사과나무를 다시 심고 싶다. 이 지역이 기본은 있지만 배수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배수도 다시 설치하고, 2~3년에 걸쳐서 어디서든 다시 사과나무를 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단다.
이 대표는 “20대를 사과나무를 하면서 보냈다. 사과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그림 같은 과수원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진모농원의 법칙’, 그건 15년 동안 한우물만 판 이경종 대표의 값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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