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저자 김별아. 문학의 문학. 320쪽. 1만1천 원,
역사 속 인물들을 섬세한 문체와 날카로운 역사의식으로 새롭게 그려온 작가 김별아가 이번에는 국경을 뛰어넘은 세기적인 러브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본 천황가 폭탄 투척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조선 청년 박열(1902~1974)과 그의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한국명 금자문자, 1903~1926).
이들은 지난 1923년 도쿄에서 비밀결사대 ‘불령사’를 조직해 직접 행동의 기회를 노리던 중 일본 황태자의 혼례식 때 암살을 기도한 죄로 검거됐다.
성사 여부도 불확실한 ‘계획’ 단계의 천황가 폭탄 투척사건으로 재판장에 선 이들은 ‘죄인 대우를 하지 말 것, 조선의 조복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 등을 요구하며 재판정을 투쟁의 장으로 삼았다. 곧이어 일제의 계략으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결정되지만 1926년 7월 23일, 가네코는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자살을 택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간 몇몇 매체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려져 왔지만 작가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저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그의 일본인 아내’로만 정형화된 그들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복원해 냈다. 여기에 그는 그가 그려내는 인물이 역사 속 실존 인물임에도 인물의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역사가 드러내지 못한 이면을 들춰낸다.

무엇보다 주인공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를 그려내는 데 있어 혁명가라기보다는 섬세하고 여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지켜내고 진실로 분노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려낸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아나키즘의 상징인 검은 색처럼, 그들은 세상의 모든 불순한 빛을 흡수해 청정한 새 빛으로 부활하고자 했다”며 “그토록 아름답고 순결하고 찬란한 사랑의 빛에 어찌 홀리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어떤 시대 암울한 상황에서도 일상은 있고 뭉뚱그려 ‘저항’일 수밖에 없는 저항들 속에도 차이는 엄연하다”며 “그것들을 좀 더 세분화하는 가운데 생동하는 ‘시간’과 ‘인간’을 복원하는 것이 나의 관심사이며, 소설 열애는 그 지난한 시도의 일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죽도록 책만 읽는

   
 

저자 이권우. 연암서가. 360쪽. 1만2천 원.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신작.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를 통해 다채로운 책읽기의 방법론을 모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평의 독자성 확보와 독립 장르로서의 위상 정립을 시도해 온 그가 자신이 읽은 책과 세상을 전한다. 저자는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읽기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책읽기를 말한다. 우리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 변해가는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과 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할 만한 책이다. 문학,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7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저자가 소개하는 총 110여 권의 책은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책읽기의 진지한 탐험을 가능케 한다.
또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책들의 향연과 책읽기를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산문학(2009 여름호, 통권 64호)

   
 

학산문학사. 384쪽. 1만 원.
지역 문학의 맥을 이어가는 문학계간지 학산문학 2009 여름호가 출간됐다.
이번 호는 이 계절의 작가로 섬세함과 강렬한 생명력이 조화된 독특한 시풍으로 사랑받는 중견 여류시인 허영자를 선정했다. 작가는 ‘언어의 집짓기’란 글을 통해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배경부터 독특한 시풍을 이루게 된 이유들을 설명한다. 여기에 ‘갈대’, ‘지구의’, ‘병원에서’, ‘백자’ 등의 신작과 함께 평론가 주지영의 ‘은빛 도정이 빛나는, 사리의 시학’을 실었다.
주 씨는 “시인은 한결같이 인간의 보편적 존재론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는 점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상을 갖는다”며 또한 “그의 시의 참맛은 고도의 절제미가 시의 언어들을 팽팽하게 조이고 있는 데서도 우러난다”고 평했다.
이 밖에도 이번 호에는 김선주의 소설 ‘와인은 빗물을 타고’, 이목연의 소설 ‘길을 건너다’, 황흥구의 수필 ‘아버지의 때’, 평론가 이경재의 ‘진정한 주체의 탄생에 이르는 과정’ 등 30여 편의 신작을 실었다.

도시심리학

   
 

저자 하지현. 해냄출판, 240쪽. 1만2천 원.
이 땅의 어느 도시에서든 비슷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와 ‘너’를 분석한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심리 치유서.
저자는 코만 조금 높이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믿으며 성형수술을 거듭하는 이들에게서 신체 이미지와 변신화상의 단면을, 부정한 행동으로라도 욕망은 채우고야 말겠다는 태도에서는 동물적 본능과 즉각적 욕망의 불완전한 접점 등을 본다.
총 4부에 걸쳐 도시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최소한의 소통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타자에 대한 거부감과 잊기 힘든 대양감이 도사리고 있음을 드러내고, 커피전문점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어도 커피믹스에는 관대한 마음을 통해 자아의 두 얼굴을 발견한다. 이 외에도 욕망의 가속도, 관계의 소용돌이 등의 chapter를 통해 도시인들의 심리를 치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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