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객원논설위원/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나라가 뒤숭숭할 때 인천대학교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뒤숭숭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대학교를 국립대학교법인으로 전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5월 27일 인천대학교와 인천전문대를 통합하는 소위 통합협의 기본원칙이라는 이름의 통합 양해각서에 총장과 학장 그리고 인천시장이 각각 서명했다.
인천대학교의 법인화는 당초 인천대학교를 국립대학으로 전환하자는 100만 시민의 서명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이것이 중간에 국립법인전환으로 왜곡돼 당시 대학 집행부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인천대학교를 국립법인으로 전환하는 양해각서를 시와 교육부가 체결하는 데 동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시에 제출된 소위 학교안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미흡하지만 구성원의 최대 공약수를 담은 안이었다. 그러던 것이 조전혁 의원이 법안 발의를 자처하고 대학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외부자 지배형의 소위 뉴 라이트 식 법인화 법안을 마련해 이번에 발의하게 된 것이다. 조 의원 법안은 사실상 대학을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따른 효율성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국·공립대를 민영화시켜야 한다는 극단적 시장주의 이념의 산물에 다름아닌 것이다.
전문대와의 통합도 이러한 법인화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구성원의 의사수렴 없이 덜컥 양해각서부터 체결해 통합을 기정사실화 해 놓고 구성원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법인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렇듯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도권에서의 전문대 통합을 허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시가 법인화되는 인천대학교에 골치 아픈 전문대를 끼어팔기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통합이 그 만큼 필요하고 정당하다면 이 같은 졸속 통합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오히려 내년 이후에도 기회가 있다는 교과부 측 관계자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할 것이다. 
법인화와 통합 모두 대학 발전의 하나의 수단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대학 발전은 크게 두 가지가 충족이 돼야 가능하다. 하나는 대학발전에의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와 참여다, 다른 하나는 재정확충이다. 법인화 양해각서 체결 시 결정적 하자가 법인 전환 이후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재정지원 의무를 5년 이후로 연기해 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가 일종의 이혼 위자료조로 5년간 매년 300억 원을 대신 지원하는 것으로 됐지만 물가 상승률이나 국립대에 걸맞는 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절대 부족한 금액이다. 통합논의가 지금 본격화 되고 있지만 아직 시의 추가적 재정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지 않다. 문제는 시가 재정지원을 추가적으로 하더라도 인천대학이 통합돼 국립법인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는 국고지원이 안정적으로 되는 것이 핵심인데 이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어떤 입장인지 알려진 바 없다. 통합된 국립대학 법인 인천대학교가 국가로부터 어떤 재정지원을 확보할지 지금으로서는 극히 불투명한 것이다. 법인화의 취지가 자율성을 주되 지원은 축소해 대학이 자립적으로 운영하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국립법인화가 되면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통합돼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국고지원이 늘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낙관론이다. 잘못하면 시와 정부 사이에서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법인화와 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이 구성원의 의사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과연 대학 발전의 핵심 요소인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의지를 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올 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오히려 송도 신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법인화와 통합이 졸속으로 결정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여 송도의 국제적 분규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교과부는 통합은 특성화를 중심으로 유사중복학과의 통폐합 및 캠퍼스 단일화 등 사실상의 화학적 통합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결국 통합은 단순히 몸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장주의적인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법인화가 통합을 만났을 때 현재와 같은 시장주의적인 정부 하에서는 기업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논리가 그대로 대학 개혁에 적용될 것이다. 통합된 법인대학의 모든 교수들은 일단은 신분보장은 형식적으로 되겠지만 조만간 기업식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 엄격한 심사대에 한 번씩은 올라가게 될 것이다. 법인화와 통합이 이런 식으로 만났을 때 대학의 발전보다는 퇴보와 갈등이 불보듯 하다는 것이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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