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땅… 그곳을 품어라

부정적인 단면을 넘어서는 아프리카의 다면(多面)을 보려면 문화, 인종, 언어, 종교 측면에서 아프리카의 다양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하라사막을 기준으로 북쪽은 아랍 국가들이다.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모두 아랍 말을 쓰고, 이슬람을 믿고 있다. 인종, 종교적으로 단일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위치하지만 중동 아랍 국가들과 밀접한 연대의식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사하라 남부지역은 남아공과 짐바브웨(과거 로디지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세계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흑인 반투계열 종족의 국가들로, 피식민 역사에 따라 언어적으로 영어권, 불어권, 그리고 포르투갈어권 국가로 나뉜다.
사하라 남쪽은 북쪽과는 달리 단일성이 존재하기 어려운 정치, 문화, 사회적 환경을 갖고 있다. 더구나 식민 종주국들 간 타협의 산물로 생겨난 국경선 때문에 여러 부족이 자기 의사에 반해 같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족 간 대립으로 국내 정치가 항상 불안하다. 여기에 종교적 요소까지 가미되면 더욱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다. 인구 1억3천만 명의 나이지리아는 북부 부족은 이슬람교를 믿으며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남쪽은 기독교를 믿으며 부의 원천인 석유를 갖고 있다. 석유 생산 잠재력이 큰 수단도 같은 사정이다. 이집트 남쪽에 위치한 수단의 면적은 한반도 11배로서 유럽나라 모두를 합친 것보다 크다. 일부 아프리카 정치 평론가들은 앞으로 나이지리아와 수단의 분열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석유자원을 가진 기독교 부족들이 떨어져 나가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다양성이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확대되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2개의 상임이사국이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인데, 우리가 일본의 진출에 내심 소극적이듯이 불어권 국가는 영어권 국가의 독식(남아공, 나이지리아)을 못마땅해 하고, 아랍권 국가들은 비아랍권 독식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며, 나이지리아는 남아공의 색깔이 까맣지 않고 희다고 하면서(인구 14% 백인 때문에) 아프리카 흑인혈통 지상주의를 자격 요건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다양성이 이해된다면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다가갈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는 바로 자원 확보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의 자원 소비는 잘 알려져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자원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 미국이 세계 자원 최대 소비국이었으나 혼자만 많이 썼던 관계로 세계 자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그러나 인구 13억 중국과 11억의 인도가 세계 자원 소비에 본격적으로 편승하게 되면 수요공급 시장논리에서 그 결과는 자명해지는 것이다. 자원 가격이 등귀하고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寶庫)다. 남아공은 금, 백금, 크롬, 망간 등 4개 광물의 매장량과 생산량에서 세계 1위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 미국은 아프리카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중동지역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적고 석유의 질도 좋으며 운송거리도 짧기 때문이다. 미국의 8대 석유수입 대상국 중에서 나이지리아가 4위(연 11억600만 배럴), 앙골라가 6위(연 5억5천300만 배럴)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과 함께 세계 자원부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콩고민주공화국(과거의 자이르)인데, ‘아프리
   
 
카의 칠레’로 불리는 이 나라는 면적이 한반도의 10배이고 다이아몬드, 금, 구리, 코발트, 아연, 카드늄 등 없는 광물이 거의 없을 정도다.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 탄탈륨의 원료인 콜탄은 세계 매장량의 80%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는 우리 상품과 플랜트 수출시장으로도 유망하다. 가난하고 부족할수록 성장 폭이나 구매량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에너지 광물자원이 많은 나라 국민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 우리의 상품과 플랜트 수출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우리 기업들은 산유국 앙골라에 해양구조물과 선박 수출만으로도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그러나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큼 기회는 적어진다는 말이다. 특히 중국인들과의 경쟁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냉전시기부터 국가 정책상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해 왔고 요즘은 넘치는 외환보유고 때문에 특히 에너지광물자원보유국에 대해서는 좋은 조건의 차관을 대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중국 상품과 인력의 아프리카 진출토양을 차관 제공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이 뛰면 우리는 날아야 할 형편인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모든 아프리카에서 반기고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중국화(中國禍) 우려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앙골라는 개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고유가로 인한 재정 수입 증가로 경제가 뜨고 있다. 앙골라에서 벤츠와 현대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현지 기업인(우리나라 명예영사)은 중국인들의 차관 제공사업 독식 현상에 대해 앙골라 정부 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어 한국이 이를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54개국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아마도 이집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 나라를 제외한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고 나서야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가 있는 것을 알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고, 2005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남아공의 영화 ‘갱스터 초치’나 수십만 명의 부족 학살을 가져온 비극적인 르완다 내전을 그린 영화 ‘호텔 르완다’를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 남아공, 외국인직접투자(FDI) 신뢰도 18위로 첫 등장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A.T. 커네이가 발표한 2007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신뢰도 지수평가에서 남아공이 18위를 기록했다. 매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신뢰도가 높은 25개국을 선정해 발표하는 이번(2007년 12월) 조사에서 남아공은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해 18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2000년도부터 줄곧 1위를 고수하며 올해도 1위를 기록했고 인도가 2위, 미국, 영국, 홍콩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점점 개선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관료제도와 재정 및 세제 혜택 등의 도입으로 인해 아프리카가 외국인직접투자 적격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아프리카인들과 손을

   
 
맞잡고 아프리카 미래의 부를 공유하려면 부정적 단면만이 아니라 긍정과 희망도 함께 보는 다면의 아프리카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역사와 사회예술과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에 아프리카를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바로 알면 세계 시장이 모두 보인다. 우리의 지식과 삶의 풍요함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 도약을 위해서도 이제 우리는 아프리카를 좀 더 우리의 품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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