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식 객원논설위원/인천문협회장·시인

 금년은 ‘인천 방문의 해’다. 또 인천 최대의 행사인 세계도시축전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해서 인천은 ‘문화 인천’ ‘역동(力動) 인천’의 면모를 내외에 과시하려는 크고 작은 야심과 수많은 계획에 차 있다. 여기 저기 붙은 포스터, 광고판, 현수막이 우선 이를 말해 준다. 육지에서는 송도국제도시의 크고 정연한 규모의 각종 건물과 가로(街路)가, 바다에서는 세계 몇 째의 거대하고 웅장한 인천대교의 위용이 드러날 것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인천은 유사 이래 가장 발전되고 활기찬 연대(年代)의 한가운데에 서는 셈이 될 것이다. 
세계인의 머릿속에는 항도 인천이 대한민국의 명실상부 해공(海空)의 관문이면서 동북아의 중심 허브 도시로서 문물교류의 중심으로 각인될 것이다. 더불어 인천의 지역적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독특한 도시 이미지로써 세계인들은 더 고조된 관심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국내외인들의 인천에로의 들고남, 곧 인천 관광을 통해 이루어진다. 관광은 그 기본인 교통, 숙식은 물론이거니와 관광의 대상이 되는 한 지역의 토지, 민속, 제도, 문물 등 관광의 요소를 구비한 이른바 인프라를 갖추어야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 우리가 아무리 가슴 벅찬 축전을 벌이고, 유사 이래 아무리 대단한 행사를 마련한다고 해도 소위 관광객이 ‘여유롭고 편하게, 흥미롭고 유쾌하게’ 둘러볼 수 있는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주말에 겪은 우리 인천 관광 현실의 한 모습을 사실대로 고(告)해 보고자 한다. 
지난 12일 우리 협회는 옹진군 자월도에서 1박 2일의 워크숍을 가졌었다. 도착한 첫날의 상쾌한 날씨와 해수욕을 하기는 일렀지만 철썩거리는 초여름의 푸른 바다, 모래사장, 그리고 싱싱한 해물들의 향취는 가슴 뻐근한 낭만과 함께 회원 모두에게 충분한 기쁨과 추억을 제공하고도 남았다. 문제는 다음 날 돌아오는 길이었다. 원래 일정은 오후 4시였으나 몇 사람의 회원에게 사정이 생긴 데다가 이미 전날 워크숍의 일정을 마친 터라 우리는 오전 11시 선편으로 귀항하기로 결정하고 선착장으로 나갔다. 우리가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그리고 거기 도착해 비로소 우리는 11시 선편이 제 시간에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장으로 인해 우리를 싣고 갈 여객선은 인천에서부터 출항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를 기다려, 몇 시에 자월도를 떠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사람도 방송도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1시 배로 예약을 당겨 달라는 말을 들은 직원이 비로소 그때 귀띔해 준 것이었다.
인천에서 오는 배는 한 시간 이상 늦은 낮 12시쯤 자월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월도 선착장 매표소의 컴퓨터가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예약 변경이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물론, 인천시민 신분 확인도, 경로우대 확인도 올 스톱이었다. 애초 오후 4시 배는 취소가 됐지만 새 승선권은 발권이 되지 않은 채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매표소에는 남자 직원 혼자 생수를 팔랴, 빙과를 팔랴, 발권을 하랴 땀을 뻘뻘 흘리며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조차도 다른 담당 직원의 유고를 대신해 임시로 일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놀라운 것은 낮 12시쯤 도착한 배가 발권을 받지 못한 우리를 두고 그냥 이작도 등지를 경유해 인천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의 거센 항의를 받은 남자 직원이 배에 전화를 거는 등 부산을 떤 끝에 오후 1시 다시 돌아온 배에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관광공사에서 애쓰고 만든 안내서에는 자월도 장골해수욕장이 그럴 듯하게 소개돼 있다. 그것과 이 선착장에서의 해프닝을 보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인천 방문의 해’를 외치며 임시 직원에게 맡긴 승선권 발권 컴퓨터는 고장이 나고, 고장이나 사고에 대한 안내 하나 제대로 없는, 승객이 불편하든 말든 신경 안 쓰는 관광 행태….   
선박회사 사장도, 면장도, 관광공사 책임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 같은 내국인은 둘째 치고 도시 축전을 참관하러 외국인까지 몰려올 테니 말이다. 웅장하고 활기찬 인천 이미지는 커녕 차마 이 정도에 관광 인프라라는 말을 쓴다는 것조차가 면구스럽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