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중부대학교 총장)
 우리교육은 그 동안 개별적인 능력과 특수성을 감안한 선별적인 교육보다는 보편적인 대량교육에 치중하는 이른바 평준화의 방향을 추구해 왔다. 학교의 교수-학습지도에 있어서도 개인의 잠재적인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신장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고 평균적인 수준의 일반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의 평준화 시책은 고교입시의 과열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학교간의 지나친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간의 능력차를 무시한 학습집단의 편성으로 교육효과를 저하시키고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교육의 수월성은 실적주의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기회균등 이념과 같은 맥락의 개념이다. 교육에 수월성의 확보는 각 개인의 잠재적인 자질을 최대한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면서 개인간 및 교육기관 간 선의의 경쟁을 조성하는 여건 및 제도적인 장치를 확립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교육의 수월성 제고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교육개혁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시책이다. 교육의 질적 수준 저하는 곧 국가발전의 낙후를 가져온다는 강한 위기의식 속에서 교육의 수월성 확보에 경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천부의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그러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높은 질의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의 자질을 높이지 못하면 다른 선진국들과 대등한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교육의 수월성을 신장하는 일은 비단 교육발전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선진국 수준으로의 국가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육에 투입되는 제반 요소들의 양적 확보 정도와 질적 수준 그리고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정도의 충실도에 따라 결정되는 결과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그와 같은 관련 요인들을 포괄하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전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몇 가지 강조되는 측면을 열거해 보면, 첫째, 각급학교에서 제공되는 교육프로그램의 적절성을 높이고 교육내용과 방법을 부단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둘째,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신장할 수 있는 학습체제와 교수방법이 개발·보급돼야 한다. 셋째, 교육평가 방법을 개선하고 입시제도를 쇄신해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이 충분히 발굴·신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교육의 수월성 확보를 위해서는 교원의 자질 향상과 사기앙양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다섯째, 교육제도의 운영 및 교육행정에 실적과 능력을 반영한 보상체제의 확립이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교육의 수월성 수준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잠재된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상급학교로 갈수록 교육 수월성이 저하되고 있다. 즉 초등학교 학생들의 과학 성취도 국제 순위는 세계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학교로 갈수록 떨어져 고등학교에 이르면 하위권에 머문다고 지적된다. 또한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의 고등 정신 능력의 배양이 미흡하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 간의 학력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교육의 수월성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세계 최상위 학력을 수십여 년 이상이나 유지해 오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부재의 뒤떨어진 교육을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 받고 있다. 학교는 교과학습으로부터 가능한 기초학력의 증진과 더불어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등의 고등 정신 기능의 증진 등 두 가지 모두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잘함으로써 한국교육의 수월성은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제고될 수 있다.
교육의 수월성 추구와 함께 교육적 가치의 양대축인 평등성 추구도 강조돼야 한다. 두 가치는 원래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돼 왔으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두 가치가 서로 동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인을 위한 교육’과 ‘수월을 위한 교육’이 화합적으로 합쳐 ‘만인의 수월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될 때 이 두 개념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이 두 개념의 가치가 동반하지 않고 어느 하나의 가치를 포기한 상태는 현재의 교육적 상황과 갈등을 야기할 뿐이기 때문이다. 두 개념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준학력을 설정하고 모든 학생들이 이 기준학력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과 학생들마다 서로 다르게 소유하고 있는 각자의 독특한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개발해 주는 것이 바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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