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피

   
 

저자 김이설. 민음사. 198쪽. 9천500원.
신예 소설가 김이설(34)의 첫 장편소설 ‘나쁜 피’가 출간됐다.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 봄호에 전재했던 작품으로 등단작 ‘열세 살(2006)’에서처럼 불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들의 절망을 고통스럽게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30대 여성작가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발랄함이나 상큼한 감수성을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매력적이다.
소설 ‘나쁜 피’는 고물상이 모여 있는 어느 천변 어귀 마을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 노처녀 화숙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숙명처럼 들러붙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가족은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이다. 지체장애를 가진 모친, 알코올 의존증인 조모, 폭력적인 외삼촌, 불륜과 만성적 폭력에 병든 외사촌 수연, 파리 날리는 오락실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 화숙까지.
이들은 쳇바퀴가 맞물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비수를 꽂으며 불행을 가속한다. 화숙은 외삼촌이 폭력을 휘두르면 갖은 방법으로 외사촌 수연을 잔인하게 괴롭히고, 모친과 자신을 멸시한 이들에게 악의적인 거짓말을 통해 보복한다. 각자의 처지에서는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지만 그렇게 얽힌 관계가 지워 놓은 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숙은 수연의 딸 혜주를 떠맡게 된다. 어릴 때부터 세상에 대한 증오에 불탄 자신의 화풀이 대상이었던 수연이 도박에 미친 남편에게서 도망쳐 나와 옛 애인을 찾아 떠나면서 다섯 살 혜주가 오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화숙은 혜주를 귀찮은 짐처럼 여기지만 상처투성이의 친구 진순이 혜주를 자식처럼 돌본다. 어느 해 겨울, 마음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 수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딸 수연의 죽음을 오해한 외삼촌이 복수를 위해 나섰다가 의문사한다. 알코올중독이 심해진 할머니 또한 시설에 가게 되면서 홀로된 화숙은 진순과 조카 혜주를 데리고 천변 어귀에 세 사람 만의 새로운 가족을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인하게 어두운 톤이라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암시하는 결말조차도 희망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희망과 절망이 절묘하게 계속 교차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좀 더 문제적인 사람들, 문제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명강의 

   
 

저자 신영복 외. 마음의숲. 264쪽. 1만2천 원.
각계각층의 명사들에게 듣는 인생특강. 신영복, 이어령, 최재천, 구성애, 고도원, 황수관을 비롯한 25명의 강사들이 자신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경험한 지혜를 전한다. 여기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삶이 한 발의 걸음임을 인식하고 타인의 삶과 경험으로 두 발의 걸음을 완성하는 것이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완성하는 길”이라며 “이것이 바로 삶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또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원장은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매력형 인간이 될 수 없다”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면 비우고 즐기고 긍정의 힘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저자 달라이 라마. 랜덤하우스코리아. 288쪽. 1만2천 원.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Tenzin Gyatso, 1935~)가 전하는 삶과 죽음,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 석가모니 부처의 일생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불교가 8세기에 티베트에 들어온 후 4가지 종파로 나뉜 과정, 번뇌(煩惱), 윤회(輪廻), 해탈(解脫), 삼보(三寶), 공(空) 등 불교의 기본 개념, 수트라와 탄트라 등 불교의 수행법을 간단하고 쉽게 설명한다. 또한 달리아 라마가 바라보는 현대 물질문명, 세계화와 자본주의, 종교 간의 갈등, 과학과 종교의 대립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누와 정

   
 

저자 허균. 다른세상. 400쪽. 2만8천 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수많은 누각과 정자 중 정서적 만족감과 경관 감상의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51곳을 소개하는 책. 용도와 붙여진 이름에 따라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누정은 선비들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계곡, 강호 및 해안, 별서 정원, 궁궐, 사찰 및 서원, 향리 및 관아 등의 장소로 분류해 소개하면서 누정 명칭의 어원과 유래, 배후 사상, 주변 환경 등을 심도 있게 서술한다. 또한 누정과 그 주변의 풍경을 아름다운 사진으로 담아내 풍경의 향취까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저자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456쪽. 1만3천800원.
날카로운 통찰력과 번득이는 기지로 영국이라는 나라의 소소한 결점을 들춰내 보여주는 재미있는 여행안내서. 도버를 출발해 잉글랜드 남부와 웨일스, 잉글랜드 북부를 지나 스코틀랜드 최북단 존 오그로츠까지. 빌 브라이슨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뤄지는 이 여행은 유명 여행지를 비롯해 그가 살아온 곳과 영국 구석구석에 숨겨진 매력을 담고 있다. 들판의 울타리 담장들, 조지왕조 시대의 저택, 숨겨진 맛집 등 자신의 고국인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영국을 돌아보는 그의 여행은 애틋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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