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삼 객원논설위원/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가정이든 사회든 싸움 잘 날 없는 형국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장이 집안일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겉돌 때, 바깥의 문제로 집안에서 분풀이한다며 폭력을 휘두를 때 그 가정은 영락없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회도 다르지 않다. 일반버스의 운전자가 탑승한 승객들의 목적지를 임의로 설정해 아무데로나 끌고 다니면 그건 운전자를 가장한 강도에 다름 아니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놓음과 동시에 죄질을 묻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그 운전자를 믿고 동승했던 승객들의 정신적 공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금의 인천시와 일련의 시민사회단체 구성원 간에 벌어지는 상황이 꼭 이와 같다.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불을 놓으려는 ‘도시축전바로알기 인천시민행동’(가칭)의 일련의 급박한 움직임은 인천의 도시 비전을 응시하는 시선의 차이가 얼마나 크고, 위험한 사태를 몰고 오는가를 증거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좁게는 배다리산업도로건설 반대를 주장해오고 있는 시민모임의 오랜 투쟁의 한 과정이며, 넓게는 개발지상주의로 치닫는 도시환경문화의 네거티브 요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천의 환경문화지킴이들의 연대행동이 범시민운동으로의 진화에 불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세계도시축전 개막일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인천시 행정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행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시민 일각이 갈 길을 막고 서있는 양하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민행동의 강령을 보면 도시축전 개개 프로그램의 모니터링과 행사기간 내내 그것의 폐단을 시민사회 여로에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등 도시축전의 감시망을 가동시킴과 동시에 배다리와 계양산, 경인운하를 중심으로 한 ‘대안적 도시축전’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극단으로 흐르는 시민행동의 결과가 이미 예고됐던 사태라고 본다면 문제의 발단은 전적으로 인천시 행정당국의 소수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권위적 태도에 기인한다 아니할 수 없다.

일반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시민행동의 이 같은 움직임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너나없이 도시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세계도시축전의 훼방을 놓는다는 단순 시각으로 시민행동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인천의 장밋빛 청사진을 반복 세뇌시키고 있는 인천시의 노골적인 도시브랜드 전략의 약발이 먹히고 있음이다.

“인천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광고카피로 시작되는 도시축전의 허상은 어느덧 인천시민은 물론 전국 단위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송도국제도시에의 관심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 바깥 세상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근대인천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는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인천경제자유구역, 그 중에서도 송도로 쏠려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장소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송도불패라는 이 기록적인 성과에 가려진 인천 구도심의 정체성과 문제적 시각은 인천을 상징하는 어떤 PR이미지로도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저들 구도심의 시민들이 그나마 도시축전의 수혜라고 받고 있는 것은 멀쩡한 보도불럭 재공사의 현장이다. 깨끗한 도시의 인상을 만들기 위한 관료적 발상이나마 피부에 와 닿는 변신이니 만큼 시민들은 당장의 불편을 이겨낸 채 도시축전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도시미관정비사업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얼마나 소모적인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은 역시 시민들이다.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현장에 서서도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작지만 혈세가 내 집 인근에 뿌려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체념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인천시민 누군들 잘 사는 인천에 대해 염원하고 희구하지 않을까 보냐. 두루두루 인천의 발전상을 보겠다고 타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문전박대할 사람이 있을까 보냐. 문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에 대한 시민의 의식을 모으려 노력하지 않은 채 인천시가 일방적 기획으로 시민의 허황된 꿈을 조장하며, 기층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도시비전이라는 가림막으로 휘어감은 채 인천가치의 발견을 제한하는 데에 비롯된다.

그렇더라도 인천시가 벌여온 반(反)도시의 기획에 정면 승부수를 띄운 시민행동의 점화가 도시축전의 대안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 또한 시민을 볼모로 벌이는 인천시의 일방통행과 오십보백보라는 점에서 인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굳이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성패에 따른 야유와 발뺌의 이유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사기간 내내 시민감시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해 다음을 준비할 일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