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경 경기본사

【안양】안양시 안양7동 덕천마을이 요즈음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주민대표와 비대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자는 최근 덕천지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취재를 위해 어렵게 섭외한 원용금(94·안양7동)할머니를 만나면서 장밋빛 개발의 화려함에 가려진 아픔과 어두운 그늘을 보며 긴 한숨과 함께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 선생님 살려주세요. 난 글도 모르는 일자무식으로 평생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열심히 살아와 간신히 20여 년 전 지금의 연립을 사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5천이 조금 넘는 보상금으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9평 정도에 불과한 연립에 거주하는 원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취재를 위해 앉은 기자를 향해 울부짖으며 말라버린 눈물을 하염없이 훔치고 있었다.
다 빠져 버린 치아, 붙어 버린 다리로 인해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형편의 원 할머니는 자신의 연립 감정평가 금액이 5천만 원을 조금 넘어 그 돈으로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처지이며 보상금으로는 월세나 임대주택으로 가야해 정부의 생활보조금을 받고 있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월세와 임대비용을 감당해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 할머니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그 아이도 형편이 어려워 공공근로인지 뭔지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 날 보살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얼마전 딸 아이 앞으로 명의이전을 해 주었지. 그런데 감정가가 너무도 적게 나와 난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망막한 입장인데 기자 양반 난 어떻게 해야 되요? 난 지금 많은 보상도 원하지 않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연립과 같은 평수의 주택이나 아파트만 준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생을 오로지 내 집 마련을 위해 일하며 모은 돈을 가지고 20여 년 전 마련한 연립에서 여생을 마감하고자했던 원 할머니는 때아닌 재개발과 함께 자신의 삶에 터전에서 밀려나갈 위기 속에 암담한 처지를 비관하며 아무 힘없는(?) 막내아들 같은 기자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애원했다.

30여 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를 향해 원 할머니는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던진 한 마디 “기자 양반 우리 서민들 살려주세요. 제발”이라는 말이 귓전을 맴돌며 재개발, 재건축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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