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정치학

 이탈리아 말인 파파라치(paparazzi)는 유명 인사를 몰래 쫒아가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파는 사진사를 의미한다. 이를 우리말로는 ‘신고 포상꾼’ 또는 ‘몰래 찰깍꾼’이라 부르기도 한다. 파파라치하면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그가 모르게 따라가 사진을 찍는 사람을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 신고 포상꾼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 과연 바람직한 결정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차선준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의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포상하는 차(車)파라치 정책이 있었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성(姓)파라치 정책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촌지를 받은 교사나 공무원을 신고하면 최고 3천만 원까지 포상한다는 촌(寸)파라치제를 도입하려다 비난여론 때문에 조례안을 자진 철회한 바도 있다. 지난 7일부터는 불법으로 운영하는 학원을 신고하면 200만 원을 포상하는 학(學)파라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학원비 과다징수나 교습시간 위반 등 학원의 불법ㆍ편법영업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치르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성숙된 민주사회에서는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포상금을 주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당국에 신고하는 시민정신이 발휘되고 있다. 참다운 고발정신은 민주사회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으로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덕목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고발’하면 고자질로 인식돼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일러바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포상을 바라고 일부러 사진을 찍어 신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을 정부가 쓰고 있으니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싶다. 자발적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포상 혜택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전적인 대가를 바라고 신고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시민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신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자본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서로 감시하고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교육정책을 신고 포상꾼에 의존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과도하게 성행하는 사교육은 한국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사교육 근절을 위해 역대 정부는 별의별 통제방법을 모두 동원해 보았지만 성공은 커녕 오히려 성행하고 있다. 이제 학파라치제도까지 등장한 셈이다. 사교육에 대한 대책은 수시모집과 입시사정관제 도입과 같은 대입 자율화 및 경쟁 완화, 부실한 학교 교육을 해결하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 교육방송(EBS)이나 방과 후 학습지도 등 사교육 수요의 공적 충족, 학부모의 교육관 변화, 그리고 학원통제나 불법과외를 단속하기 위한 학파라치제 도입과 같은 사교육 시장 규제 등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학파라치를 동원해 정부가 아무리 단속한다 해도 사교육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류학벌은 사회경쟁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고, 자기 자녀에게 더 좋고 더 많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하는 학부모의 교육열이 하루아침에 식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육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고 포상꾼에 의존하는 비교육적인 사교육 정책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학생들과 교사 간 직접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학교 현장인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교사들이 일류학원 강사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애정을 갖고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원적 처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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