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민은행 이야기
저자 데이비드 본스타인. 갈라파고스 출판. 468쪽. 1만6천 원.
담보도, 보증도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이 있다. 여기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가난한 이들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은행의 대출 상환율이 98%에 육박한다는 데 있다.

지난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문을 연 그라민은행의 이야기다. 이 은행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은 특이한 대출 조건에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해댔다. 하지만 지금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에서 2천500여 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또 높은 상환율 덕택에 1993년 이래 계속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캐나다 출신 작가 데이비드 본스타인의 1996년 작 ‘그라민은행 이야기’가 출간됐다. 빈곤층에게 소규모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시초이자 성공 사례를 남긴 그라민은행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라민은행은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유누스는 1976년 우연히 수피야 카툰이라는 빈민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대나무로 짠 의자를 내다 팔았지만 재료인 대나무를 살 돈이 없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린 후 이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수피야가 살고 있는 마을 대부분의 여성이 같은 처지였다. 이들은 빌린 돈은 겨우 856타카(27달러). 유누스는 이 마을의 여성 40여 명과 함께 은행에 찾아갔지만 대출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에 분노한 그는 ‘가난한 자를 위한 은행’, 그라민(벵골어로 시골 또는 마을)은행을 설립한다.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오로지 신용 하나만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다.
물론 거쳐야 할 관문은 있다. ‘회원’이라 불리는 채무자는 담보를 대신해 채무자 40명으로 구성된 모임에 들어가 이들에게서 신용을 평가받는다. 또 이들과 함께 도와가며 적정 이자가 붙은 원금을 조금씩 나눠 갚는 형식이다. 이렇게 돈을 빌린 사람들이 현재까지 무려 78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60%가 창업을 통해 절대 빈곤을 벗어났다.
저자는 성실한 취재로 그라민은행의 탄생부터 책이 쓰인 시점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출간된 지 10년 이상 지난 책을 이제야 번역한 것이지만 그라민은행은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도 순항해 왔으며, 이들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물건의 재구성 

   
 

저자 연정태. 리더스하우스. 287쪽. 1만4천 원.
버려진 물건을 재구성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들이 꼭 돌아봐야 할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책에는 28가지 물건의 재구성 과정이 담겨 있다. 아기의자는 플라스틱으로, 조명은 스테인리스 식판을 사용해 만드는 식이다.
여기에 보다 쉽게 물건을 만드는 방법부터 제대로 된 물건을 보는 안목, 물건을 존중하며 물건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까지 일러준다. “생명이 없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은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도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이다.
 

시비를 던지다 

   
 

저자 강명관. 한겨레출판. 193쪽. 1만2천 원.
과거를 되짚으며 현재를 바라보는 인문서. 저자인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조선시대의 사건들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현재의 한국사회에 대입했다. 특히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 교육 등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따져 가며 살핀다.
1부는 비정규직문제, 2부는 소비와 자연 파괴만을 일삼는 현재, 3부는 실천 없는 공부를 다뤘으며, 4부는 연암과 다산을 통해 정치를 비판한다. 이 땅에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조건과 목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건 사랑이었네 

   
 

저자 한비야. 푸른숲. 300쪽. 1만2천 원.
지난 8년 6개월간 NGO 월드비전에서 활동해 온 한비야가 전하는 진솔한 고백. 오지여행가, 국제구호팀장 등 숨가쁜 삶을 살아온 저자가 미국 유학을 앞두고 새 수필집을 출간했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들은 인생 계획, 첫사랑 등 개인 내면의 이야기부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세계 저편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지구 공통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저자는 오는 8월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해 미국 터프츠대학교로 떠난다.

 

 

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

   
 

저자 이호분. 팜파스. 244쪽. 1만2천 원.
전문가에게 배워보는 자녀 양육과 훈육법.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소아 전문상담자인 저자는 “부모의 지나친 사랑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며 “차라리 아이를 사랑하지 마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들은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적응이 느리거나, 예민하거나 각자의 기질이 천차만별이다. 부모는 아이의 기질을 먼저 파악한 후 그에 따른 양육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부모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살펴봐야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타임아웃이나 점수제도 등 훈육 방법을 꼼꼼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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