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중앙정치권의 시·도제 폐지 논의 I
2.중앙정치권의 시·도제 폐지 논의 II
3.세계 각국의 지방행정체제 및 역사성, 정체성
4.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지방행정체제 개편 합리적 대안은

2.중앙정치권의 시·도제 폐지 논의 II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배분, 지방정부의 계층구조, 지방정부의 행정구역에 관한 개편을 의미하는 만큼 국가권력 전체의 근간에 대한 개편을 의미한다. 이는 헌법 개정문제나 남북통일문제도 고려하면서 신중한 논의를 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국회에서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하려고 한다. 국회는 지난 2005년 ‘똑같은 방식, 똑같은 내용’으로 이를 추진했지만 학계와 여론, 지방 정치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개편의 시기, 주체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성이 요구된다.

# 밑으로부터의 통합 개편돼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6일 정치권의 행정체제개편안 논의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무리한 시·군·구 통합 발상은 생활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허태열 의원의 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시·군·구의 행정구역은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민들의 자율적인 논의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행정체제 개편은 국가의 근간을 손대는 것으로 시한을 정해 단시간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며 “정치권의 졸속 개편안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주민 참여 절차가 관건

시·군·구를 통합한다면 어떻게 추진할지 통합 절차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 중심이냐, 정부 주도냐에 따라 나눌 수 있다.

권경석·노영민 의원 안은 통합 과정에서 자치단체가 먼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통합기본계획을 짜 정부에 건의해 주민투표를 하는 형식이다.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다만 자치단체 간 스스로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개편 논의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반면 허태열·우윤근 의원 안은 정부 주도의 중앙집권식 개편이다. 허 의원은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인구·면적·경제·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2~5개씩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내용을 주장했다. 이는 정부로서는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지역의 역사나 문화·생활권 등을 무시하고 지방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수 의원 안은 확대 개편한 광역도에 국방·외교를 뺀 자치권을 과감히 이양한다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는 무리라는 지적이 따른다.

#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어려워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늦어도 오는 9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통과할 수 있다며 행정체제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에 따른 강력한 인센티브 지원을 약속하는 등 시·군·구 간 자율 통합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개편 방향에 따라 지역 간 통합·조정이 뒤따르는 만큼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행정 개편 논의는 지방선거 제도 손질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구 재조정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완료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 장관도 최근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했을 때 전면적인 개편 방안이 선거 이전에 시행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회 행정개편특위 위원장인 허태열 의원은 행정개편 목표 시한을 2014년으로 보고 있다.

박익수 경기도 정책기획심의관은 “자치단체 통합은 주민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 주도로 하든 어떤 식으로 하든 결국 주민투표를 할 텐데 주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통합은 아주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지역사회 정서를 반영해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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