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중앙정치권의 시·도제 폐지 논의 I
2.중앙정치권의 시·도제 폐지 논의 II
3.세계 각국의 지방행정체제 및 역사성, 정체성
4.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지방행정체제 개편 합리적 대안은
 
   3.세계 각국의 지방행정체제 및 역사성, 정체성

   
 

국가의 근간에 해당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문제를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민감한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나 시민사회, 지역사회는 배제돼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정치적인 계산에 치우치기 쉬운 국회의원이 중심이 돼 논의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나 정략적인 선택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잘못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국가의 근간에 해당하는 문제인 만큼 전문가에 의한 심층적인 검증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논의 자체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인 만큼 지역사회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구조적 모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지방자치계층과 행정구역 개편에 치중돼 있다. 그러나 행정계층이나 행정구역은 결국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서 의미를 가진다. 지방정부의 기능은 내용이 되고 지방행정계층이나 지방행정구역은 그릇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릇은 내용물을 담기 위한 것이고 내용물에 따라 크기나 모양이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지방행정구역 개편이나 지방행정계층 구조도 지방정부가 수행하고자 해야 할 기능을 먼저 염두에 두고 논의를 해야 한다.
중앙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들은 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깊은 고려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담을 것인지를 고려치 않고 그릇을 만드는 것처럼 맹목적이고 무모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주장은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어떤 기능과 역할을 맡길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결여돼 있다. 국가 전체의 시스템을 짜면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정부 간 역할에 관한 청사진이 없어 중앙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은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 각국의 지방행정체제 개편방향

오늘날 세계화는 지방정부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모적인 지역 간 경쟁을 넘어 세계와의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기업과 지본을 유치하려는 장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매력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지방정부 간 경쟁의 결과에 대해 더 이상 국가가 책임질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직접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제·산업정책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산업과 경제에 대한 정책을 입법화하는 것도 지방정부의 몫이며, 국가 기능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로 이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방정부는 이를 감당할 만한 규모와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에서는 지역정부 내지 지방국가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해 나가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일본, 독일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에 속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도·주제를 논의하면서 47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10개 전후로 재편해 광역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시·도가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서는 이 같은 지역적인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서 지역단위를 500만~1천만 명 정도의 규모로 재편해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방행정체제를 더욱 광역화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오택영 도 자치행정과장은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단층제 지방행정체제 도입은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며 시계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런던권, 파리권, 도쿄권, 상하이권 등 해외 대도시권에 맞설 수 있는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