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성남과 광주, 하남 등 3개 도시를 끼고 있는 경기도립공원 남한산성. 신라와 백제시대에도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晝長城) 옛터를 활용해 조선 인조 때 축성한 남한산성이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강렬한 문화적 아이콘(Icon)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경기도가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실천적 행보를 시작했고, 성남문화재단 또한 남한산성을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브랜드 문화상품으로 띄우는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돌입했다. 한마디로 지역사회의 대표적 유적을 인류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특화 브랜드 문화상품으로 만드는 다양한 시도가 남한산성을 향해 뜨겁게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보도 일찌감치 남한산성의 역사와 가치를 새롭게 조망하는 대하 시리즈 기획물을 연재, 남한산성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획득해 가고 있다.

남한산성을 둘러싼 이 같은 생산적 기운(氣運)은 실로 여타 지자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성남과 경기도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2009년이야말로 남한산성이 세계 속의 문화유산, 성남과 광주, 하남,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브랜드로 비상하는 원년(元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의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가 하드웨어에 관련된 것이라면 성남문화재단의 ‘뮤지컬 남한산성’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경기도의 남한산성 프로젝트가 ‘복원’이라면 성남문화재단의 남한산성 프로젝트는 ‘재해석’이다. 남한산성에 흐르는 역사의 숨결을 현대적 모습으로 곱씹는 것이다. 이 둘은 상승작용을 하면서 남한산성을 특화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나갈 전망이다.

   
 
우선 남한산성은 가까운 장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3년에 국가사적 57호로 지정된 남한산성은 그 동안 성남, 광주, 하남시 등 3개 지자체가 관리해오다 2007년부터 경기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통합 관리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으며 경기도는 최종 등재를 위해 남한산성을 오는 2018년까지 대대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남한산성운영위원회를 발족시켜 고고학자 조유전 씨를 위원장에 영입, 실사작업에 들어갔다. 조유전 위원장은 무령왕릉, 천마총, 성산패총, 황룡사터, 감은사터, 익산미륵사지터 등 광복 이후 한국 고고학의 경이적 발굴 성과를 거둔 한국 고고학의 태두다.

조유전 남한산성운영위원장은 성남문화재단 월간지 ‘아트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남한산성은 결코 패배한 역사의 현장이 아니다. 사람들은 고사작전을 펼치던 청나라에 굴복해 삼전도에서 국왕이 머리를 조아린 치욕과 오욕의 역사로 남한산성을 떠올리지만 그게 전혀 아니다. 인조가 비록 항복을 했지만 당시 조선의 권위를 상징하는 ‘종묘사직’은 남한산성에 그대로 있었다. 궁극적으로 남한산성은 청의 말발굽이 노략질하지 못한 난공불락의 성지였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공간을 결코 패배의 역사 현장으로 볼 수 없다.”

   
 

조 위원장은 또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심층적 조사와 연구로 가치보존을 뒷받침하고 단기적으로는 훼손된 옹성을 발굴,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이 소설가 김훈의 작품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창작뮤지컬-남한산성’ 제작에 나선 것은 역사유적 남한산성에 문화예술의 날개를 다는 뜻깊은 작업이다. 역사유적이 아무리 탄탄하게 재정비되고 세계문화유산 반열에 올라도, 이를 문화적으로 재창조하는 아이콘(Icon)이 있을 때 역사유적은 더 큰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세상을 기어코 살아내는 삶의 의지가 싸움에서 이기고 졌는가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고귀한 의미’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 원작을 각색한 ‘뮤지컬-남한산성’은 세계의 이목을 한국으로 모으고 이를 통해 역사적 유적으로의 남한산성을 강렬한 문화관광상품으로 띄우는 핵심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성남문화재단의 ‘창작 뮤지컬-남한산성’은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총 25회 공연된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初演)한 다음 경기도문화의전당, 나아가 중국과 호주 등 연차적으로 해외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남시 예산 20억 원을 포함해 30억 원 가까운 예산으로 제작 중인 이 뮤지컬은 1636년 인조가 청나라 침략을 피해 남한산성에 46일간 머무른 역사의 행간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다룬다.

성남문화재단은 지난 7일 오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출연진 및 주요 테마곡을 공개하는 제2회 제작발표회를 갖고 야심찬 브랜드 창작물의 골격을 공개했다.
주인공 오달제 역에는 탤런트 이필모와 뮤지컬 배우 김수용이 더블 캐스팅됐다. 이필모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주말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둘째 아들 ‘대풍’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필모는 ‘진짜진짜 좋아해’ 등 다수의 뮤지컬 작품에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준 바 있다. 김수용은 ‘그리스’, ‘햄

   
 
릿’, ‘헤드윅’,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뮤지컬은 물론 연극, 드라마, 영화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연기력을 다져온 실력파 배우다.
오달제와 대척점에 서게 되는 정명수 역에는 가수 예성과 뮤지컬 배우 이정열이 더블로 출연한다. 예성은 국내 최고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의 리드싱어를 맡고 있다. 예성의 뮤지컬 출연은 남한산성이 처음이다. 이정열은 뮤지컬 ‘맘마미아’, ‘노트르담 드 파리’, ‘아이다’, ‘삼총사’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연기자다.

여주인공 매향과 남 씨 역에는 배해선과 임강희 씨가, 인조 역은 성기윤, 김상헌 역은 손광업이, 서흔남과 서흔남 부인 역에는 이훈진과 김경선이, 나루 역에는 아역배우 박도연이 캐스팅되는 등 실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나 문학작품을 배경으로 한 창작 오페라나 뮤지컬은 단발적 공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성남아트센터는 지난 2005년 개관 때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자체 제작했고 2007년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제작해 선보였다. 이 두 편의 오페라는 KBS를 비롯해서 언론·문화계에서 각기 그해 최고 화제의 공연에 선정된 바 있다.

여세를 몰아 뮤지컬 창작에 나선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은 “창작 뮤지컬의 약점을 보완하고 뮤지컬에 담겨진 고귀한 메시지를 다양한 계층에게 전달하고자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탤런트와 가수를 뮤지컬-남한산성에 캐스팅했다”면서 “스타캐스팅은 배역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가창력을 최우선 순위에 뒀고 실력이 검증된 뮤지컬 배우와 호흡을 맞추도록 안배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뮤지컬-남한산성’을 지역밀착형 공연장으로 성남아트센터가 재탄생하는 디딤돌로 삼고, 이 뮤지컬을 통해 성남시민과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고취하겠다는 포부다.

‘뮤지컬-남한산성’의 가장 큰 특징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다루지만 뮤지컬이라는 대중 장르인 점을 감안해 현대적인 감각과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출과 무대디자인은 시대상 표현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포스트모던의 강렬한 대비, 과감한 무대 분할로 기획하고 있으며, 음악 역시 선이 굵고 비트가 강한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창작팀 역시 젊은 감각의 드림팀으로 구성됐다.

   
 

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연극부문)’을 수상하고 현재 대학로에서 최고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인 극작가 고선웅이 각본을 맡았다. 연출은 2008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조광화 씨가 맡았다. 작곡은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 대하 역사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동성, 무대디자인은 한국뮤지컬대상과 뮤지컬 어워드 미술상에 빛나는 정승호, 그리고 음악감독 및 지휘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토요일 밤의 열기’로 유명한 최재광 씨가 맡았다.

‘뮤지컬-남한산성’은 전쟁과 기아, 치욕의 역사와 역경 속에서 인간의 갈등, 그리고 어느 한쪽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대립되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다. 현대적 시점에서 과거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으며, 살면서 수많은 결정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도 그 안에 자연스레 동화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