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최근에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지난 7월 1일부터 3일 동안 전국의 대학총장들이 모여 ‘대학경쟁력 기반 조성 전략’이라는 주제하에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바람이 불면서 교육의 질이나 교육의 수월성이라는 개념 대신에 교육의 경쟁력이라는 개념이 대두하고 있다. 정보화에 의해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 하나의 시장으로 되고, 그 속에서 무한 경쟁을 하게 되면서 ‘교육의 경쟁력’이 새로운 화두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경쟁력은 지식에서 나와야 하고 그 지식은 교육에서 산출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추진해 온 교육개혁의 목적은 교육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교육을 위한 것이요, 교육의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수요자는 좋은 교육을 받기 원하고, 교육공급자는 어떻게 좋은 교육을 할 것인가를 고심한다. 그래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함으로써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중요한 교육적 과제로 나타나게 됐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이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과제인 것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위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일은 양의 교육으로부터 질의 교육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한국의 대학은 지난 60년 동안 교육의 질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양의 교육을 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 대학의 재정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규모를 키우기 위해 학생 정원을 늘리고, 그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짓고, 건물을 짓기 위해 학생수를 늘리는 과정을 되풀이해 온 것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학생이 늘어나면 대학의 재정에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대학의 규모를 그 대학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제한하는데 반해 한국의 대학은 학생의 증가와 대학의 재정이 정비례하기 때문에 양적 팽창 일로를 걸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팽창, 양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소위 교육이민을 막는 방안이요, 우리가 교육에서 독립하는 방도이며, 교육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쟁력있는 대학교육을 위해서는 교육방법도 변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가르치느냐에 못지 않게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학의 교수방법으로 주류를 이루어온 ‘읽기식’(Reading), ‘구두식’(Talking)으로부터 ‘토론식’(Discussing)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토론식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 때 대학은 교수 본래의 교육, 학생의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 경쟁력있는 교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대학의 특성화에 있다. 물론 대학들이 그 대학 내에 모든 학문분야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일이 없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재원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대학들이 그 대학의 여건을 고려해 특정분야를 선택, 집중 투자해 특성화하게 되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고, 그 경쟁력들을 합치면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들은 오랫동안 특성 있는 전문점식으로가 아니고 특성 없는 백화점식으로 운영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항간에서 떠돌았던 말 중에 대학을 선택할 때 미국의 학생들은 학과를 보고 대학을 선택하고, 독일의 학생들은 교수를 보고 대학을 선택하는데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을 보고 선택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의 대학들도 이제는 특성화 할 여건이 됐고, 경쟁력을 수반한 세계화의 파고도 높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실효성 있는 특성화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교육 경쟁력이 저조한 최대 원인이 대학재정의 영세성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OECD국가들보다 GDP 대비 절반 수준의 극히 낮은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평균 60%대나 되는 수준이며 심지어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학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8% 수준으로 극히 낮다.
결국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많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의 질을 결정하는 교원, 연구비, 교육시설 등 인프라의 부족, 즉 대학재원의 영세성이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대학재원을 확충하는 데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기 위해서 대학재정의 지원방식을 재검토 하고 사립대학 경상비의 일정비율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대교협이 거론하고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사립대학육성 특별법 제정은 우리의 시급한 대학교육 경쟁력 제고는 물론 대학 등록금 인상의 고질적인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국회와 정부에서 적극적인 검토를 거쳐 조속하게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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