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계도시축전의 개막으로 손님맞이에 분주한 인천시 연수구가 9일 현재 때아닌 ‘쓰레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재활용쓰레기 선별업체가 지난달 25일부터 작업을 중단하면서 수집·운반업체들이 적재 장소 마련에 전전긍긍(본보 7월 31일자 6면 보도)하다 급기야 50t에 달하는 재활용쓰레기 포대를 구청 광장에 쌓아 놓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를 놓고 구와 의회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이번 주는 도시축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재활용쓰레기 대란’ 왜 일어났나=문제가 된 재활용쓰레기는 부녀회가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상가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연수구는 지난해 기준 매주 약 70t, 연간 4천100t의 재활용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 중 46%가 캔, 플라스틱류, 병 등 유가품목이고 나머지는 소각 대상인 잔재쓰레기다.

H업체는 2007년 계약을 맺고 1년 단위로 재계약해 오다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된 후 다른 업체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구의 요청으로 올해 다시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구가 H업체와 지난해 계약한 금액은 잔재쓰레기 소각비용(t당 1만6천320원)을 제외한 유가품목 처리비용인 t당 1만5천 원.
H업체는 유가품목 비율이 점점 줄고 판매단가 역시 낮아져 적자가 심하다며 잔재쓰레기 처리비용을 포함한 2만4천 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인천시는 지난 2007년 구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자 용역을 통해 2만1천57원이라는 적정 단가를 고시했고 자치구 대부분은 이를 수용해 지난해 선별비용을 t당 2만1천~2만4천 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연수구의회는 본예산에 이어 추경예산의 인상안(3천182만 원)을 모두 삭감했고 구는 올해 선별업체를 공개입찰했지만 3차례 모두 유찰됐다.

▶구의회 “선별업체 인상 요구는 부당…자활센터 통한 혼합직영을”=구의회는 선별업체의 운영적자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다.

한국환경자원공사가 매일 고시하는 재활용품 가격에 따르면 유가품목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H업체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5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
또한 “2만4천 원으로 올려주면 3만 원으로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라며 “현재의 단가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이상 올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아예 지역자활센터를 통한 혼합직영으로 운영 방법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지열 연수구의원은 “연수구는 인천시가 폐기물 처리시설 용도로 내준 동춘동 948-1를 주로 청소차 차고지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런 용도라면 야간 구청 지하주차장을 이용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이미 자활센터가 재활용 선별 자동화 라인을 갖추고도 일거리가 없어 가동을 못 하고 있다”며 “부지와 시설을 늘리고 운영을 위탁하면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자활 능력 제고, 이익금 자활비용으로 재투자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예산 삭감으로 청소행정 번번이 발목…깎는 게 능사 아니다”=연수구는 청소행정 예산이 번번이 깎여 도시가 커지고 주민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이에 걸맞은 행정을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재활용쓰레기 수거를 매주 한 번밖에 못 하는 데다 음식물쓰레기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특히, 경기 악화에도 고물상은 늘어나는데 선별업체는 줄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업체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자활센터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구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가 생활폐기물이 사업장 폐기물로 취급되는 추세라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구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인천에서 유일하게 자체 재활용선별장을 만들어 민간업체에 위탁한 남동구의 사례처럼 자체 선별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용 중인 시유지를 비롯, 송도자원환경센터 내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하는 두 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구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활용 가능 자원을 선별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별시설의 광역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시에 광역선별장 건립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무교 청장은 9일 조속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구의회에 상임위 개최를 요청했다.

12일 또다시 돌아오는 수요일 새벽 재활용쓰레기 수거를 앞두고 구와 의회가 어떤 해결점을 찾게 될지 그 결과에 연수구민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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