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정치학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도시에 서울의 모 대학을 정책적으로 유치했다.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국제화복합단지에 61만4천670㎡ 규모로 건물과 각종 시설의 무상조성과 부지 대금만 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금 6천500억 원도 지원한다고 한다. 인천시가 특정 대학에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특혜 때문에 지역이 오랫동안 매우 시끄러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부터 약학대학이 없는 인천에 50명 정원을 배정하자 인천시와 협의한 개교일정 내용 중 국제화복합단지에 약대 개설 신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또 다시 인천시의회나 지역의 각종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대학 및 동창회 등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굴러온 돌에 대한 지나친 특혜와 의존 때문에 박힌 돌이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고 또한 대외적 위상을 높여 국내외 교육기관 유치를 위해 상징적으로 서울 명문 대학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송도에 오기를 꺼려하는 대학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송도 첨단산업클러스터에 입주를 신청한 5개 대학의 세부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롭게 입주하려는 대학에 공급되는 부지의 가격은 서울의 모 대학보다 실질적으로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조성원가를 인상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역소재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부당한 처사인 줄 알면서 송도 입주를 포기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몇몇 대학들은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송도에 둥지를 틀기 위한 첫 삽을 뜨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적 같은 대역사(大役事)가 펼쳐지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현장을 목격하면서 위대한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송도 갯벌타워에 올라가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눈부시게 진행 중인 공사가 정말 장관(壯觀)이다. 송도국제도시 현장을 둘러보고 천지개벽 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정말 경이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천시민은 송도국제도시가 성공적으로 조성돼 서쪽에서 해가 뜨는 기적을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한국판 두바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인천시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내년 G20 정상회의가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돼 인천발전의 역동성을 세계 정상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오길 누구나 바라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눈부신 발전을 누구보다 반기고 성원하지만 한편으로 몹시 씁쓸해 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인천의 발전은 지역거점 대학의 건전한 육성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굴러온 돌만 챙기다가 박힌 돌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 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명품도시의 브랜드 가치는 지역거점 대학의 명성과도 직결돼 있다. 정책결정은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이다. 가치 배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이해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다. 가치가 불공정하게 배분된다면 불신 때문에 권위도 잃고 갈등도 낳게 된다. 박힌 돌이라고 특혜를 줄 수도 없지만 역으로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된다. 굴러 온 돌이나 박힌 돌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정책결정의 형평성에 맞는다.

지역거점 대학이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형평성을 저버리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모레면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과 같이 인천시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역거점 대학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평하게 대해 주길 당부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