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객원논설위원/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한국이 지난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내년 11월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100년 전 헤이그 밀사를 보내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부당성을 하소연하던 아시아의 변방국이 이제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섰다고 우리나라의 국운상승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동안 서방 선진제국이 중심이 된 G7 회의가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확대돼 신흥개도국 중 영향력이 있는 나라들을 포함시켜 총 21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모여 금융문제를 논의하던 회의가 G20이었다. 작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G20 정상회의가 처음 소집됐다. 그 전까지 재무장관 중심의 회의가 정상 간의 회의로 격상된 것이다. 금년 4월 런던회의에서 국제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총 1조1천억 달러의 지원안을 확정하는 등 세계경제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더니 이번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이것을 상설화해 향후 2011년부터는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해 세계경제문제를 다루는 최고회의(Premier Forum)로 자리를 잡게 됐다. 내년 11월 회의는 사실상 첫 번째 정례회의가 되는 셈이 돼 향후 아젠다 설정이나 운영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다.
내년 회의가 성공적인 개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의 85%를 차지하는 주요국 정상이 참여해 총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를 보안이나 시설 등에 걸쳐 아무런 문제없이 무난하게 개최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 그룹의 중간자로서 위상을 활용해 향후 세계경제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외의 전문가들을 집결해 우리 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노벨경제학상 받은 몇 사람 대가의 자문을 받거나 IMF나 세계은행에 있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로는 우리의 안을 만들 수 없다. 진정으로 우리가 중심국가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제학이 단순히 미국이나 선진국 경제학을 답습하는 수준을 이제는 뛰어 넘어야 한다. 주류경제학인 워싱턴 컨센서스를 벗어나 우리 나름의 시각과 비전이 담겨 있는 소위 아시아 컨센서스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내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의 많은 도시들이 경합하고 있다. 인천도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가 한국을 대표할 미래도시라는 점을 내세워 가장 먼저 경합전에 뛰어들었다. 인천의 약점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한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선정 기준이 미래보다는 과거의 실적에 두어지면 불리할 것이다. 인천으로서는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여부에 관계없이 지금부터라도 향후 국제회의의 허브도시로서 위상을 다질 필요가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천 고유의 국제포럼을 정례화해 개최하는 것이다. 마침 금년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1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ECF)이 개최된다. 이 포럼은 향후 아시아의 지역통합을 장기 목표로 해 우선 경제공동체를 아시아에 결성하자는 취지로 인천광역시와 외교통상부 그리고 UN ESCAP 등이 지원해 금년 처음 개최되는 국제포럼이다. 여기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아시아 컨센서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아젠다의 하나가 된다.
인천시는 그간 국제기구 유치에 노력하여 UN ESCAP 산하에 APCICT 등을 유치하고 최근에는 UN ESCAP의 동북아지역센터를 유치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기존의 국제기구 유치 노력과 함께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인천이 새로운 국제기구 설립에 나서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연합(EU)의 본부는 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은 장기적으로 아시아에 아시아지역통합체인 아시아연합이나 아시아경제공동체 등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이슈를 선점하고 이러한 국제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준비를 해 간다면 기회가 왔을 때 미래 아시아연합의 본부를 인천에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일본에 새로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신임 하토야마 총리의 취임 일성이 동아시아공동체론이다. 그 동안 자민당 정부의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이웃나라인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공동체를 결성,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자는 내용이다. 인천을 아시아의 브뤼셀로 만들자는 우리의 소망이 단지 먼 훗날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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