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저자 백기완. 한겨레출판. 479쪽. 1만6천 원.
   
 

재야운동가인 백기완(77)통일문제연구소장의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가 출간됐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좌절과 절망을 먹으며 잔뼈 굵은 삶”이라 표현한 것처럼 민주화의 여명이 움트기 전 대한민국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낸 기록이 담겨 있다.
구월산 자락을 누비던 황해도 맨발소년이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무작정 상경,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사회와 역사에 눈 뜬 일화부터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독재를 거치며 통일·민중운동의 거목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자신의 곁을 지켜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 장준하·문익환 등 유명을 달리한 지인들, 훗날 대통령과 장관, 고위 정치인으로 행로가 갈린 옛 동지들과의 각별했던 인연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보다 문학적 감성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서전에 기술된 그의 삶 하나하나는 한국의 현대사를 투영한다.
여기에 저자는 영어단어 하나, 한자어 하나 섞지 않고 순우리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역사는 ‘갈마’, 사건은 ‘짜통’, 제국주의는 ‘검뿔빼꼴’, 혁명은 ‘불쌈’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런 표현 가운데 일부는 잘 쓰이지 않는 옛 우리말을 찾아낸 것이고, 나머지는 그가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 요즘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들을 만들어 낸 그의 상상력이 총동원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자서전에는 순우리말을 만들게 된 에피소드들도 소개돼 있다. 한 예로 ‘달동네’라는 단어는 6·25전쟁 직후 관악산 사당동 산자락에 천막을 치고 아이들을 가르쳤던 공간을 ‘달동네 학교’라고 불렀던 데서 기인한다. 저자는 “비록 다 타버린 잿더미이지만 그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이고 달이 뜨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 ‘달동네’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이 외에도 본인이 직접 지은 영화대본과 시, 연설문,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신화 등이 섞여 있어 문학사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최근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좌절과 절망이 가득했던 내 삶을 글로 쓰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현실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자서전 출간 배경을 밝혔다.

악의 추억

   
 

저자 이정명. 밀리언하우스. 336쪽. 1만2천 원.
‘바람의 화원’과 ‘뿌리 깊은 나무’의 작가 이정명이 2년 만에 내놓은 신작. 기묘한 연쇄살인을 쫓는 스릴러이자, 인간의 내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심리소설로 사회의 어두운 욕망과 이에 희생되는 개인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안개로 휩싸인 도시의 케이블카에서 웃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유일한 단서는 현장에 남겨진 신문의 낱말 퍼즐. 천사의 얼굴을 한 냉혹한 살인자와 슬픔을 간직한 이들의 끝없는 질주가 펼쳐진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저자 우석훈. 레디앙. 243쪽. 1만2천 원.
‘88만원 세대’의 후속편. 전작이 88만 원 세대들의 출현을 사회구조적으로 분석했다면, 여기서는 88만 원 세대들이 자신들을 그런 구조 속에 몰아넣고 가둔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까닭을 짚어본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20대들의 몸과 영혼을 잠식한,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공포’를 원인으로 꼽는다. 해결 방안으로 20대들의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민단체를 직접 조직하거나 기존 정당에 들어가 20대를 위한 정치를 펼치자고 제안한다.

 

 

 

대한민국 지원금 백서

   
 

저자 편집부. 황매. 295쪽. 1만2천 원.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노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모두 정리한 책. 출산장려대책과 노인복지대책을 중심으로 청년층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취업 관련 시책도 함께 담았다. 각종 지원을 생애주기에 맞춰 소개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지원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각 지자체의 형편과 특성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지는 만큼 관련 기관의 연락처가 수록돼 있다.

 

 

 

 

사발: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저자 타니 아키라, 신한균. 아우라. 192쪽. 1만6천 원.
미술사와 다도문화사를 전공한 일본인 타니 아키라와 한국 전통사발 연구에 매진해 온 도예가 신한균의 저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전통사발과 잃어버린 차 문화를 되찾고자 기획됐으며, 각각의 사발에 얽힌 역사적 에피소드는 물론, 다양한 사진을 수록해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저자 신한균은 일본식 사발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등 우리 사발의 미적 가치와 역사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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