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이 지구에서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면?
독특한 의문에서 시작된 영화, ‘디스트릭트9’이 오는 15일 개봉한다.
외계인의 침략과는 거리가 먼 영화는 예측을 빗나가는 의외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무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상공에 머물러 있던 비행물체에서 영양실조 상태의 외계인들이 발견된다. 그들을 집단 수용하게 된 요하네스버그 인근 지역 ‘디스트릭트9’은 이후 2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법지대로 변해간다. 외계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가 깊어지자 당국은 이들을 시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킬 계획을 짠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은 외계인 관리국 MNU의 요원 비커스(샬토 코플리 분)는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점차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정부는 외계인만이 작동할 수 있는 외계 무기를 손에 넣기 위해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비커스를 쫓고, 갈 곳을 잃은 비커스는 다시 ‘디스트릭트9’으로 들어간다.
인종격리정책으로 악명 높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대로 한 영화는 인종주의의 해악에서부터 무기산업의 탐욕까지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을 SF로 번안해 묘사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고양이 먹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외계인들을 제3세계 난민쯤으로 취급하거나, 소수의 백인들에게 차별을 받아온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이 외계인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인터뷰하는 장면들은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극명으로 드러낸다.
또한 영화는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레 뭉갠다. 일반인과 정부 관계자, 연구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가 하면 거칠게 잡아낸 영상도 이런 황당한 상황을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물론 요즘 영화들에 비해 투박하고 거칠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지만 이 모든 단점을 덮어버리는 것은 바로 뛰어난 ‘상상력’이다.
남아공 출신의 신예 감독 닐 블롬캠프는 TV와 영화의 특수효과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연출했으며, 이번 영화는 그의 단편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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