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오늘날 우리사회의 특징을 ‘경쟁’으로 보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은 이러한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며, 경쟁의 원리가 학교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불가피하다는 풍조가 만연돼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이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연 사회적 경쟁논리가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것인가? 또 학교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경쟁원리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육활동이 경쟁원리를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경쟁의 과정에서 성공한 학생들은 이기주의자로 나타나기 쉽고, 실패한 학생들은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가 하면, 비관하고 자살까지 결행하는 경우도 나타나 이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교육의 경쟁과정에서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모두에게 경쟁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교육에서의 경쟁의 불가피성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제기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미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전문가들이 많은 연구와 대안을 제기해 왔다.
학업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수업 과정에서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방식은 경쟁유형과 협동유형 그리고 개인주의 유형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쟁유형은 학생들끼리 서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다투는 것으로 순위를 따지는 치열한 상호작용이다. 협동유형은 학생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거나 힘을 합쳐 다 같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노력하는 협력적 상호작용 방식이다. 개인주의 유형은 한 학생이 높은 성적을 얻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다. 따라서 경쟁관계인 경우 한 사람의 목표성취는 다른 사람의 목표성취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협동관계에서는 목표성취에서 학생들끼리 서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개인주의 관계에서는 상호 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 세가지 중에서 어느 유형으로 학습과정이 결정되는가 하는 데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전통적으로 이러한 유형에 대해 민감하지 못했다. 수업의 성급한 효과에 치중하다 보니 경쟁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빠져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시험 성적을 공개하고 반과 학년 석차를 게시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공개적으로 꾸중하기도 했다. 경쟁적 학습 유형의 대칭은 협동적 학습유형이다. 협동적 학습유형에서는 학생끼리 적대적이거나 긴장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가 도움이 되는 협력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 동안 교사들은 이러한 협동적 학습과정에 대해 현실과 거리가 먼 접근 방식으로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협동적 학습과정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쟁으로 인한 부정적 피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실천적 연구들도 상당히 많다. 특히 경쟁적 학교학습에 대한 가장 비판적인 지적 중의 하나는 지금의 경쟁방식이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즉, 경쟁적으로 학교 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동기가 학문과 삶에 대한 내적 의지때문이기 보다 단순히 이기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에서 경쟁의 폐해를 막는 일은, 경쟁의 원리가 학교교육의 본질적 특성에 부합되고 교육적으로 의미 있도록 발전적으로 적용되게 하는 한편 경쟁적 풍조를 협동적 풍조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동적 수업과정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금까지의 실천적 연구결과로 세가지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첫째, 협동적 학교수업은 지금까지의 학교수업에서 경험하는 불안과 같은 장애를 최소화시켜 주며 인간관계를 원활히 촉진시켜 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째, 협동적 학습은 경쟁심을 유발하지 않고서도 학생들의 협력을 통해 학습성취도를 지금처럼 유지해 준다는 사실과 특히 교육을 통한 총체적인 인간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협동적 학습과정은 교과나 학습활동, 교사와 학교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태도 등 학생들의 정서적 측면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이 협동적 학습과정의 장점은 아주 명백하다. 결국 경쟁심리를 왜곡되거나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당면한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이 학교학습 과정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경쟁과 협동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는 경쟁을 통해서만 인간이 육성된다는 잘못된 신념과, 협동이란 약하고 부족한 자의 논리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경쟁원리에 따른 학교학습 과정을 당연시해 온 우리들의 시각을 교육적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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