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윤식 객원논설위원/취래원 농부

 지금은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인간의 생산양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시대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지구의 생명은 그만큼 단축된다. 자본주의 선진공업국들이 풍요로운 경제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자연생태계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됏다. 지구생명의 단축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들은 ‘정신적인 풍요와 육체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됐다. 곧 웰빙(Well-being : 참살이)이다. 그러나 웰빙개념은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사회에서 많이 왜곡되고 있다. 환경보호와 수명연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나는 마구잡이 현상들이다. 이의 영향으로 친환경농산물도 선호하게 됐다.
그러자, 농산물생산자(농민) 또한 소비자의 생활환경 변화에 맞추어 친환경적 농산물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사악한 농민 중에는 이러한 도시소비자의 생활분위기를 악용한다. 곧, 유기농ㆍ무농약ㆍ저농약 등 친환경농산물 인증서를 빙자해 웰빙농산물(때깔과 모양만 좋은)을 유통시키는 일이다. 우리 인간사회는 생산력의 발달과 함께 형성된 분업사회다. 그래서 생활필수품ㆍ장식품ㆍ먹을거리 어느 분야이든 생산자가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각 분야의 생산자들이 만들어내는 생산품들이 인간을 생각하지 않고 자본축적(돈)만을 바라고 생산됐다면 그것은 좋은 생산품이 아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농민이 인간중심이지 못하고 돈 중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농산물을 관리하는 중앙의 농림부(농수산부)나 지역의 농산물관리 기관들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농약과 농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대충 그리고 업무실적만을 위해 저농약ㆍ무농약ㆍ유기농 등 친환경농산물을 인증해 주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과정부터 부정적(?) 방법이 동원된다. 그리고 사후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러한 농정기관의 행정태만은 ‘사람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생산자(농민)에게 악용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지역, 자치단체는 착한 농민들에게 돈 중심(박정희식 잘 살아보자)의 농사를 지으라고 크게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무지한 농민들 중에는 ‘돈만 생각’하는 농사를 짓는다. 또한 착한 농민들이 박정희 권력 이래 형성돼 온 천박한 그리고 부패한 자본주의에 크게 오염돼 있다. 이 탓에 대부분 농민들은 ‘인간 중심이 아닌, 돈 중심’의 농사를 짓는다. 그래서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좋은 먹을거리 생산에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결국 도시의 소비자들만 바보가 된다.
이뿐만 아니다. 이 나라 농정기관은 위험천만하게도 인체에 누적되면 해로운 석회류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를 무농약 농가로 인정하고 또 이를 권장하고 있다. 무농약으로 취급되는 석회종류의 농약은 인간의 건강에 위험하다. 예를 들면, 중국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구이린(桂林)지역이 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50세(중국인 평균수명은 71.8세)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석회질에 오염된 물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 몸속에 석회 성분이 쌓이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하면, 이 나라 농정에는 정확한 농약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도시소비자에게 간다.
끝으로, 친환경농산물은 비쌀 이유가 없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생산의 초기과정을 제외하고는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도 친환경농산물을 비싸게 판다는 것은 ‘돈에 눈이 먼’ 농민의 짓이다. ‘인간 중심이지 못한 돈 중심’의 농부가 지은 친환경농산물은 거짓된(때깔과 모양만 좋은) 농산물이다. 소비자의 건강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농산물은 공산품과 다르다. 그래서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명품’이니 ‘일등품’이 나올 수 없다. 농산물은 다만 인간 몸에 유익한 좋은 농산물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농산물에 ‘명품’이니 ‘일등품’의 명칭을 붙이는 것은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농민이 할 짓이 아니다. 이 점을 도시소비자들이 먼저 깨달았으면 한다. 도시소비자가 변해야만 생산자 농민이 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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