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삼 객원논설위원/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신설 6개 경기장에 대한 지명초청 건축설계경기 결과가 드러났다. 이번 설계경기는 가(문학·송림)·나(선학·십정)·다(계양·남동)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시행됐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지원본부는 올 6월 경기장 설계관련 국내 저명 건축가 15명을 지명하고 지난달 말까지 12인의 건축가의 작품을 접수한 바 있으며 건축계획·구조·시공·설비·도시계획·조경 등 각 분야의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군은 ㈜토문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와 인천지역의 ㈜삼희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들은 수영전용경기장인 문학경기장과 배구경기가 열리는 송림경기장의 설계를 맡게 된다. ‘나’군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인천지역의 ㈜상지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들은 테니스와 스쿼시 경기가 열리는 십정경기장과 볼링과 하키경기가 열리는 선학경기장의 설계를 맡는다. ‘다’군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인천지역의 포럼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차지했다. 이들은 농구와 럭비경기가 열리는 남동경기장과 양궁과 배드민턴경기가 열리는 계양경기장의 설계를 담당한다.

설계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인천지역 내 건축사사무소들도 덩달아 분주했다. 서울 중앙무대에서 활약하는 굴지의 건축사사무소 15개사가 지명 초청돼 벌이는 경쟁에서 지역 내 건축사사무소가 30%의 지분을 안고 컨소시엄으로 동참할 수 있게끔 한 설계경기공모지침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기장 설계실적을 중심으로 건축 3단체가 추천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명단에 지역 내 건축가의 명단이 끼어들어갈 여지가 없음을 간파한 결과다. 그로써 지역 건축사사무소는 설계경험과 실적을 쌓고, 나아가 당선될 경우 참여지분에 따른 설계비 배당을 받게 된다. 단, 컨소시엄의 조건은 비용과 인원을 7:3(서울:인천)으로 투입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서울의 대형업체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 면에서 크게 뒤처지는 지역 건축사무소 입장에서는 그런 조건마저도 충족시키기앤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천에서 활동하는 건축사사무소 15개 업체의 선택은 중앙무대 설계업체들의 입맛에 의해 골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지분참여의 속사정은 상대적이다. 당연히 서울의 설계업체들 입김이 크게 작용함은 물론 인천의 파트너를 당선 전후 지역사회 내 얼굴마담 용도의 측면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역 건축문화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온 인천의 건축사사무소들로선 아니꼬아도 참아야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불균형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의 대형업체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 간 몸집불리기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고, 당장은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쟁력을 갖춘 인천의 대표 건축사사무소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디자인과 자금력에서의 중앙종속적 관계의 역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면에서 지켜볼 일이다.

금번 설계경기의 심사진행에 대한 지역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12월 9일 공지된 심사위원명단에 따르면 ‘가’ ‘나’ ‘다’ 군의 심사위원의 배합이 ‘가나다’ 이름 순서로 위촉된 점, 특정 대학의 교수들이 복수 이상으로 배정된 점 등 심사위원 운용 프로그램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기인하는 것이다. 통상 설계경기 심사의 부정과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1천 명이 넘는 심사자 인력풀을 중심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심사위원의 배정과 그 명단을 중심으로 최대한 극비리에 전자식 유선통화로 운용해옴에 따른 결과라고 하기엔 마뜩치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사전에 3개 그룹의 심사위원 배정이 성씨별 순서로 배정될 것이라는 첩보가 흘러나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심사위원 배정 컴퓨터 프로그램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특정 대학 교수들이 대거 각각의 그룹 심사에 참여한 결과가 의문된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 설정 단계에서 1개 군에 같은 대학 소속의 심사위원이 복수로 지명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을 간과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건축설계경기에 잡음이 따르지 않은 적은 없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늘상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잘된 설계경기가 전무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부정과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 보니 일부러 심사위원 위촉을 피해 다니는 건축계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인천시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치루기 위해 시내 5개, 인접도시 15개의 경기장을 활용하고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8개, 시가 정부지원을 받아 12개 경기장을 신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모로 시가 직접적으로 관계한 경기장 신축 수요는 종료된 것으로 본다면 이후 선수촌 및 경기장 부대시설 등이 설계경기로 나올 것이 예상된다. 그 경우 금번 사례와 같이 불필요하게 의혹 살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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