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

 얼마 전 운전을 하면서 우연히 라디오를 켰는데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보내는 홍보내용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도 마지막과 마지막에서 둘째를 서로 앞다툼하면서 차지하다 보니 다각적인 시도를 해보는 것 같다. 출산은 한 번 줄면 다시 증가하기 매우 어렵다. 출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향요인은 인구학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을 해야 할 나이에 결혼하는 청춘 남녀가 많아야 하는데 결혼해야 하는 청춘 남녀는 많아도 결혼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뒤늦게 결혼해 출산이 우려되는 커플이 늘어나고, 적령기에 결혼했어도 출산시기를 미루다가 보면 출산적령기를 지나게 돼 우려되는 경우가 생긴다. 즉, 우선은 젊은 남성과 여성이 많아야 하며, 그들이 제때에 결혼을 해주어야 하고 제 때에 아이 아빠, 엄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들었던 공익광고협의회 광고는 여성이 혼자서 내레이션을 하는 것이었는데 하나는 첫아이 낳을 시기를 미룬 것에 대한 후회, 다른 하나는 한 자녀만 가졌던 여성이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여성은 경제적인 기반을 우선 마련하고 난 다음에 자녀를 계획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연령차이가 나서 남들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남들과 똑같이 아이를 낳을 때 낳아서 길렀어야 하는데 하는 내용이다. 즉, 경제적인 기반 때문에 자녀출산을 미루는 것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은 결혼을 결정하고 자녀를 계획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가정경제가 든든한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남성보다 훨씬 크다. 두 번째 경우는 교육비 등의 자녀 양육비가 우려돼 한 자녀를 고집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 자녀가 외로워 보여 형제 혹은 남매나 자매로 키웠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두 경우가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꼬집어 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은 혹시 나와 같이 이미 나이가 들어서 같은 내용을 고민해 보았고, 같은 생각을 해보았던 연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광고로 효과를 보아야만 하는 대상층은 현재 결혼해 가족계획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 가정이나 혹은 한 자녀만 둔 가정일 것이라고 본다. 내가 이 시기에 다른 가족을 만나면 아이에 대한 가족계획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던가 혹은 한 자녀만 고집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을 매우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내가 사는 것이 바빠서 마음 뒷 켠에 미루어 두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새기게 될 정도면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또 한가지, 이 광고를 들으면서 조금 거북했던 것은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결정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이 혼자 후회하는 내용보다는 부부가 함께 나와서 후회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성이 혼자서 독백을 하는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것은 ‘여성이 혼자서 결정해 출산을 미루고 한 자녀를 고집하게 됐나 보다’하는 것이었다. 출산과 양육은 가족의 일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 결정하게 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지만 앞으로도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낼 계획이 있다면 있을 수 있는 내용을 좀 더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만들어서 광고를 한다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조금이나마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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