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윤식 객원논설위원/취래원 농부

 이른바 영장의 동물인 인간의 처음사회는 평등한 공동체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오늘날처럼 누가 누구를 지배ㆍ통치한다는 권력의식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신석기혁명 이후 힘의 논리에 의해 모계중심사회에서 부계중심사회로, 다시 남성중심의 사회는 국가사회(왕국)로 이행됐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국가라는 존재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발생한 지배층의 울타리였지, 인민을 위한 울타리가 아니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인민의 자각이 일어나고, 그 결과 권력자(지배자)를 위한 울타리가 국민을 위한 울타리로 됐다. 그래서 지금의 국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힘으로 국민을 억압ㆍ통치하려는 낡은 시대의 국가이념이 작동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21세기 우리 시대의 정치사조는 뉴거버넌스(New governance)시대이고, 사회사조는 인간해방이며, 정신사조는 자연과 조화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시대사조가 깡그리 무시당하고 있다. 뉴거버넌스는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지역관리시스템으로 나가는 통치원리다. 뉴거버넌스시대는 모든 자연자원의 관리와 중앙집중적 지배구조를 지역관리(자치관리)로 전환한다. 그래서 김대중ㆍ노무현 등 앞의 정권에서는 새로운 시대사조를 반영하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다. 중앙권력이 독재하는 행정업무를 지역분산화 하려는 정책이 그것이다. 여기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도하는 혁신도시의 탄생이 나왔다. 바로 세종시의 건설과 행정수도의 이전계획이었다. 그러데 현 권력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의 논리는 깨지고 다시 강력한 중앙통제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상호 통합해 광역시화 하려고 한다. 이것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발상이다.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올해는 슬프고 아프다.

21세기 시대사조는 인간의 해방을 지향한다. 우리 인간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언론권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다. 이것을 정의(正義)라고 한다. 우리 인간은 정의롭게 살 권리가 있다. 정의는 우리 인간사회의 기본교양이다. 인간해방의 첫걸음은 정의로운 발상에서 나온다. 그래서 앞의 정권에서는 인간의 정의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었다. 또 과거 독재권력 하에서 유린됐던 인권의 회복을 위해 각종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의 권리는 국민에게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인권위원회·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축소되거나 격하되고 있다. 게다가 현 권력은 부자와 강자의 권리만 인정하고 빈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는 무시한다. 그래서 국가의 지배권력(통치권력+자본권력+언론권력)들만이 살판난 세상이 됐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 슬프고 아프다.

새 권력이 들어서고 나서 자유와 인권이 또다시 유린되고 있다. 시민자유의 상징이요, 국민의 권리인 각종 집회시위가 불법이 되는 세상이 됐다. 국가의 불법(不法)이 인민의 정의를 불법이라고 우겨대는 적반하장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 용산참사다. 언론미디어법의 날치기 통과다. 용산참사는 인민의 생존권이, 그 생존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언론미디어법의 날치기 통과는 언론보도를 획일화해 인민의 알 권리를 빼앗고 정권의 장기화를 꾀하려는 음모다. 국민에 대한 인권유린의 또 다른 형태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일이다. 그 중 ‘녹색성장’이라는 구호와 ‘서민과 가까이 하자’는 정책구호다. 이 두 정책구호 뒤에는 녹색을 죽이고 서민을 죽이는 위장전략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인권유린이다. 4대강 개발은 녹색성장과는 아주 동떨어진 정책이다. 4대강 개발은 녹색성장이 아니고 환경파괴, 생태계 교란, 역사유물의 훼손을 일으키는 으뜸사업이다. 이렇게 환경파괴를 녹색성장으로 위장해놓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대통령이 ‘녹색리더’를 자임했다는 것은 분명 자기기만이다.
또 ‘서민과 가까이 하자’는 위장전술 아래 서민을 죽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부자감세를 위한 양도세 개정 시도와  법인세의 대폭적인 인하 조치들이 그것이다. 현 권력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용기를 짓밟고 있다. 돈이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의 강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가예산에서 교육비와 복지비 지출의 삭감이 그것이요.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대한 고발이 그것이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민영병원) 추진은 서민의 건강권을 짓밟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올해는 참으로 슬프고 아프다.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올해를 4자성어로 말해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대통령이 서민을 원숭이로 보았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조삼모사식으로 우롱하고 기만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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