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지난해 1월 2일자 본란에 새해를 맞이하면서 ‘감동의 정치를 보여주자’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만 1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니 우려했던 대로 정치는 역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을 감동시켜 정치에 대하여 혐오와 불신 대신 희망과 꿈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야누스 신의 밝고 웃는 모습의 정치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치는 국민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국민을 분노케 했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에 국민은 씁쓸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정치는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수정문제 때문에 여야는 싸움질만 일삼았다. 새해 예산안도 해를 넘기기 직전 변칙으로 처리하는 등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치권에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마이동풍이다. 정치가 그러면 그렇지 별수 있나 하는 탄식을 불러왔다. 국민이 뭐라고 하던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의 선진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다.

          6·2 지방선거에 여야 이전투구 불보듯
 
금년 6월 2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또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16개 시·도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해 총 8개 분야의 공직자를 동시에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일 것이 뻔하다. 임기 중반을 맞이한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선거 패배는 곧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간힘을 쓸 것이다. 더구나 친이계와 친박계는 자파 인사의 공천과 당선을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추진의 결말에 따라서 여권의 권력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지방선거 후 치러질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왜냐하면 2012년 총선 공천권과 대권후보 선출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여당에게 넘겨주었던 지방권력의 판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를 내걸고 역시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다. 제1야당은 아직도 당내 주도적인 리더십이 형성되지 못한 가운데 일부 잠재적인 대권후보들의 당권도전 등 당내 역학관계의 변화와 향후 야당의 정치적 입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계파 간 공천싸움 또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지방선거의 승리에 모든 것을 다 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들 역시 공천경쟁과 선거승리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경인년 새해에 정치권에 희망과 기대를 거는 것은 솔직히 비관적이다. 여야의 행태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만무하고, 또한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때문에 새해부터 힘겨루기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정치과정은 선거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지방선거를 의식해 국민을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눈에 띄게 앞 다퉈 친서민 행보를 계속하겠지만 그들의 진정성을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권에 당부해야 별 소용이 없겠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여야는 무엇보다 전근대적인 계파별 나눠먹기식 공천경쟁을 지양하고 상향식의 민주적 공직후보 선출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당원이 원하고 지방정부를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을 공천하기 바란다. 그리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유권자가 정치권에 본때 보여주어야
 
새해에는 정치권보다는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걸고자 한다. 민주주의는 3권의 기능적 분립 못지 않게 중앙과 지방의 지역적 분산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방정부를 이끌 유능한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4년 동안 주민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 참일꾼을 뽑아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 경인년 새해에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본때를 보여주어 정치를 바꾸는 데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 새해의 정치적 희망을 유권자에게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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