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사회의 학교화’와 ‘학교의 사회화’는 프랑스가 교육개혁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구호다. 또 미국도 ‘학습사회’란 표현을 내걸고 역대정부를 통해 40여 년간 일관되게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와 같은 슬로건은 비단 두 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도 보편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지식과 기술의 발달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지식의 노후화가 나타남에 따라 종래와 같은 성격의 학교교육만으로는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방향을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주어지는 교육을 통해서만 학습하지 않는다. 각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자력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교육의 병폐 중의 하나는 교육을 바로 학교교육과 동일시하는 풍조다.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는 과정 모두가 교육이다. 학교는 교육이라는 큰 일이 진행되는 우리 삶의 과정속에 포함되는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학교교육만을 교육적으로 가치있다고 믿는 생각, 그래서 학교교육에 직접 상관이 없는 모든 생활경험과 시간을 교육적으로 가치가 없고 낭비적인 것이니까 그 비중을 줄일수록 좋다고 믿는 교육풍토는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 상승과 학벌사회의 배경요인 중에는 바로 학교교육만을 절대시하는 파행적 교육관이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사회를 갈라놓는 제도는 학교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배울 필요가 있고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형식 또는 비형식 교육기관 어디서나 배울 수 있고, 사회생활에 능력이 있고 사회를 위해서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이다. 평생학습의 이념인 학습하는 것과 삶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인식하고 활력있게 실천하는 학습하는 사회가 21세기에 경쟁력있고 앞서가는 나라를 이루게 될 것은 자명하다.

활력이 넘치는, 학습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지만 특히 학교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가르치는 사회에서 학습하는 사회로 전환하려면 학교는 인쇄기술혁명에 이은 제2의 기술 혁명인 정보통신기술 혁명을 최대한 교육적으로 이용하여 지능형 학교(intelligent school)로 거듭나야 한다. 기술혁명에 의해 노트북 컴퓨터와 위성통신이 교실로 직접 들어오게 됨에 따라서 가르치고 학습하는 방법이 혁명적으로 변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교원은 지식 전달자로서 보다는 학습의 동기유발자, 격려자, 방향제시자, 지도자로서의 인적자원이 된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기주도적, 맞춤식 개별화 교육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지식사회의 학교는 아동뿐만 아니라 이미 고도로 교육받은 성인을 재교육하는 사회속의 책임있는 성인교육기관이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현재 과잉공급 상태인 많은 대학들을 평생학습중심대학으로 전환해 ‘졸업 후 다시 돌아온’ 노동학습자들의 평생학습과 역량개발을 위한 국가평생학습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시간제 학생에게 유리한 학사관리제도는 물론 성인을 위한 교육구조와 학습지원체제를 선도하는 대학들은 초기학위를 넘어 새로운 고등교육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당면한 고등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통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원들이 평생학습인을 길러내는 역할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평생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됨에 따라서 교원양성 및 연수과정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지식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초기능의 충실이다. 선진국의 교육개혁에서 수월성과 학업성취를 강조하는 것도 기초기능의 충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의미하는 기초기능은 전통적 개념과 달리 교과목에 대한 내용적 지식보다 과정적 지식,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 공부하려는 동기를 더욱 필요로 한다. 무조건 암기식, 반복수업 등과 같은 노동집약적 수업방식으로는 고등문해를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학교는 시작과 끝이 있는 체제에서 끝이 없는 열린 순환학습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지식사회가 요구하는 학교는 사람들이 생의 어느 때든지 원하는 단계의 교육기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는 독과점 체제에서 많은 유사 교육기관들과 공유내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협력벤처체제로 나가게 될 것이다. 지식의 생산자, 분배자, 독점자로서의 학교의 지위와 역할은 학교 이외의 기관 특히 기업체를 비롯한 여러 사회기관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지식사회에서는 학습과 일의 구분이 희미해지며, 일터가 학교이고, 학교가 일터인 학습하는 사회가 핵심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가정의 환경 못지 않게 사회환경을 평생학습 이념에 부합하도록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환경을 가정교육의 보완기능의 장으로서, 학교교육의 실천기능의 장으로서 나아가 평생학습하는 사회로 조성하고 활력을 불어 넣은 데 정책적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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