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삼 객원논설위원/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본란을 통해 나는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지만 굵은 국제행사를 매년 한 차례씩 소개해왔다.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다. 그런데 작금에 와서 클라운마임의 글로벌아지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클라운마임축제가 벌어지는 돌체소극장의 운영권이 극단마임에서 남구학산문화원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1월 31일부로 극단마임의 최규호·박상숙 대표는 지난 3년간 운용해온 문학동 소극장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남구청을 상대로 위탁공모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임대기간 만료로 집주인이 ‘방 빼’라는 데에 이의를 다는 것은 참으로 멋쩍은 일이다. 더더욱 사태의 전후사정을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이 같은 배우들의 저항이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돌체소극장이 문학동에서 재개관한 것은 2006년 10월 일이다. 인천에서 30년 동안 무대활동을 해온 극단마임 배우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중앙정부의 특별교부금이 기폭제가 돼 문학동에 소극장을 건립하게 됐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극단마임이 인천에서 이룩해온 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포함한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온 공연활동의 전력이 크게 작용했다. 역경을 딛고 인천의 무대공간을 지켜온 가난한 배우들의 존재를 안타깝게 생각한 당시 지역 국회의원 H씨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그렇게 극장을 짓고 개관했지만 이들은 남구청의 ‘소극장 설치 및 운영조례안’에 의거 3년간의 수탁이라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지난해 12월 31일부로 기간이 만료됐다. 남구 문화시설운영위원회는 우선 수탁협의 대상자인 극단마임 측이 제시한 저간의 활동사항과 재수탁에 따른 제안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문화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니 만큼 재고의 가치가 없으며, 일방적으로 짐을 싸라고 통보했던 것이다.

정리하면 3년간 극단마임이 운영해온 돌체소극장의 방향성이 잘못됐으며. 공연예술을 통한 주민화합행사의 장소로서 기능성이 취약했다는 것이다. 소극장 경영의 성과표를 가지고 효과적인 운영에 결함이 있었으니 나가라는 것보다도 극단마임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남구청이 제시하고 있는 극장 성격에 대한 내부규정이다. ‘주민화합행사의 장소’라는 특기로 말미암아 돌체소극장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국제클라운마임축제와 같은 괄목할 만한 성취는 가볍게 취급됐다. ‘동네극장’으로서 주민이 원하면 그것의 성격이 뭐든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잡탕의 문화를 남구청이 종용하고 있음이다.

나는 극단마임의 돌체소극장 운영 관련한 이전의 글에서 “광대에게 최고의 찬사는 광대라 칭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극단마임의 중심 배우들이 극장 경영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속앓이를 무시한 채 그들의 무대작업이 지니는 영속성의 가치에 대해 주목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온 세계적인 마임아티스트들이 문학동 돌체소극장에 집결해 한바탕 광대경연을 벌이는 행사는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 마임을 통한 국제문화교류의 장으로 펼쳐진다고 발언했다. 이미 돌체소극장에서의 국제클라운마임축제는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공간에서 널리 회자됐고, 그 잠재성으로 말미암아 마이너리티 아티스트가 일궈낸 지역문화의 브랜드가치를 다음과 같이 상찬한 바 있었다. “배우가 자기의 전문 분야를 살려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15년 가까이 국제행사로 지속해 왔다는 사실 한 가지만 가지고서도 270만 인천시민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것은 일단 남구문화시설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사려 깊지 못한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역 문화계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명망가들이 포함된 운영위원회가 소극장 수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소의 브랜드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분들의 안목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단지 거수기로만 그 자리를 지키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

돌체소극장 하나쯤은 특화된 장르의 무대공간으로 남길 필요성이 있다. 남구청이 좀 더 미래지향적인 문화행정의 의지가 살아있다면 전문경영인을 배우들에게 붙여주어 클라운마임의 전진기지라는 국제적 브랜드 강화에만 혼신의 힘을 다 쏟도록 지원해주어도 모자람이 있었다. 그런데 남구청이 지금 하고 있는 작태는 클라운마임의 글로벌아지트가 아닌 흔하디흔한 동네극장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나는 극담마임의 저항이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정투쟁은 최악의 강수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그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이제껏 쌓아온 그들 자신 생존의 권리를 찾는 것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천의 정치가와 행정가들이 누누이 주장해온 인천의 문화브랜드 가치를 사수하는 것에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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