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윤식 객원논설위원/취래원 농부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그래도 만약을 가정해보자. 만약 해방 이후 이승만이 해방된 조국의 서울을 한강 이남인 지금의 잠실에다 ‘새 서울’을 건설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은 신ㆍ구(新舊)도시가 공존하는 동아시아의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가 되었으리라 본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청계천을 복원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 우리 후손들이 원형 그대로 복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청계천은 살아 있는 개천이 되어 있으리라. 서울의 역사에서 청계천은 한양성곽ㆍ경복궁ㆍ종묘사직 등과 함께 조선 초의 4대 토목사업으로 평가된다. 청계천은 본래 자연하천이었다. 이것을 조선이 한양도읍을 건설하면서 도성의 성곽구조에 맞게 360여 년의 세월 동안 낮은 둑을 만들고 호안석축을 쌓고 남북의 왕래를 위해 여러 개의 다리(石橋)도 놓았다(태조~영조). ‘서두르지 않고 오랜 세월을 고심’하면서 만든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친환경적 하천이었다.
그런데 일제침략기, 일제는 침략적 권력을 이용해 풍수설에 위한 문화침략을 해들어 왔다. 청계천 복개다. 그리고 해방 후 박정희는 풍수권력에 의존해 일제가 시작한 청계천 복개를 마감했다. 이렇게 해서 청계천과 관련한 서울의 역사문화는 1차로 파괴됐다. 그리고 서울시장 이명박이 풍수권력에 의존하고자, 역사ㆍ지리적 고증과 무관하게 청계천 복개를 걷어냈다. 이로써 청계천의 역사문화는 두 번 파괴당했다. 이렇게 풍수권력에 의존한 개발주의 편집증을 가진 권력에 의해 복개와 환원이라는 과정을 통해 청계천은 청계천이 갖는 고유한 역사적 가치가 파괴됐다. 그리고 자연생태계가 교란됐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현 정권이 4대강 개발사업을 계속 강행한다면 한강(남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 주변의 땅 속에 매장되어 있는 역사유물은 하나도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되리라 본다. 이들 지역에 매장된 역사유물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하며 발굴해야 할 것들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큰 강가였기에 선사인류를 비롯한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이 때문에 4대강이 통과되는 지역의 하천 주변은 청계천과 비교도 안 되는 역사적ㆍ문화적ㆍ생태적 보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이 시멘트로 멱살잡이를 당한다면 역사유물은 더 이상 세상 빛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엄청난 역사문화가 갖는 자산의 손실이다.
따라서 현 정권이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은 4대강 죽이기인 동시에 역사 죽이기 사업이다. 그래서 역사에 죄인이 되는 사업이다. 이것을 말리지 못하면, 우리 국민 모두도 역사에 죄인이 된다. 역사문화유물은 경제적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공익적 가치를 갖는다. 4대강 유역에 매장되어 있을 유물은 미래의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차 중국ㆍ일본 등의 민족과 있을 역사전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미래 한국의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수자원 확보ㆍ고용 및 관광자원 창출이라는 사탕발림 속에서 4대강 개발사업이 착수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독재적 개발권력에 압제를 당해 고고학적 학문적 성과가 크게 후퇴 당해온 나라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4대강 개발을 중단해 한국고고학의 미래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17대 대통령이 4대강 개발사업을 밀어붙이는 데에도 풍수권력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4대강 개발은 국가경제의 이익이나 ‘국운융성’의 기회보다는 영토의 가치훼손ㆍ환경의 생태파괴, 역사유물의 매몰ㆍ공익기능의 상실 등 오히려 ‘국운쇠망’의 위험성이 더 많이 도사리고 있다. 4대강 개발은 전체 국민과 국가이익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지, 개인적 이익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제 풍수권력의 연장을 꾀하려는 음모와 문화유린 행위는 그만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가 썩고 있는 것은 건전한 정신보다는 미신에 의존하는 정치인들의 정신세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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