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한국에서는 대학입시에 대한 열기가 다른 나라들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뜨겁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육도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과정처럼 되어 있고, 대학입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었다. 정부는 그때마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입시제도를 바꿔 나갔다. 1945년 이래 평균 5년에 한 번 바뀐 셈이니 정권이 교체되면 으레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대학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내건 사유를 열거해 보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수험생의 입시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감소, 대학입시 과열방지, 대학에 학생선발권 부여, 대학교육의 적격자 선발, 대학의 부정입시 예방, 객관식 시험문제의 한계 보완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학입시제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획일화에서 다양화로, 국가 주도에서 대학자율로 시험과목의 축소와 쉬운 출제로, 교과시험 위주에서 개성과 특기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학입시제도는 자주 바꾸는 나쁜 관행에서 벗어나 상당기간 일관되게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의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 몇 가지 원리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다. 대학입시제도를 마련할 때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의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의 준비과정처럼 되어 왔었다. 고교교육의 정상화는 대학교육을 위해서도 긴요하고 국가의 경쟁력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대학입시제도를 수립할 때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인적(全人的) 평가’다. 대학입시는 좁게는 고교졸업자를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고교교과 전반에 걸쳐 평가해야 하고 넓게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 동안의 대학입시가 전인적 평가를 도외시한 까닭은 전인적인 평가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객관성과 투명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인간을 전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바르게 평가될 수 있고,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살아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험생의 부담 경감’이다. 대학입시는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지옥이니 사당오락이니 하는 말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교 3학년 때도 교과활동과 특별활동이 본래대로 충실히 이행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입시의 선발기준이 고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중요한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의 신뢰도를 위해서는 각 대학들이 고교에 대한 평가를 쌓아가야 할 것이고, 부풀린 생활기록부를 제시한 학교에 대해서는 상당기간 평가절하의 벌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의식을 전환해야 할 일은 학생의 학업성적만이 아니고, 전인적으로 평가할 때 바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벌사회의 근절’이다. 대학입시가 과열된 것은 우리의 학벌사회적 풍토에도 크게 연유한다. 학벌사회란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하지 않고 출신 학력으로 평가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교육에 꿀이 너무 많이 붙어 있다. 교육받은 사람은 명예·지위·권력·돈 등을 차지하게 되고 교육 받지 못한 사람은 그러한 것들에서 멀어져 있다는 지적이 너무나 팽배하다. 따라서 학벌사회가 근절되어 어느 대학을 졸업했던지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자율’이다. 대학의 학생선발은 당연히 대학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선발권이 국가의 통제하에 있다. 아직도 대학의 자율은 말로 그치는 점이 많다. 따라서 대학입시의 자율화는 대학의 실질적 자율로 이어짐으로써 대학에 생기를 불어 넣게 되고 대학이 책임지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어야 한다. 결국 대학입시제도의 정착은 단일의 만병통치적 원리로서는 불가능하며 종합적 원리에 따른 입시제도로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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