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윤식 객원논설위원/취래원 농부

 역사의 시간은 크게 발전의 시간과 정체의 시간을 갖는다. 발전의 시간은 개혁세력에 의해 사회가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시간을 말한다. 정체의 시간은 보수권력에 의한 사회의 발전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대체로 발전의 시간은 짧고, 정체의 시간은 길다. 역사발전의 시간에는 공공의 이익이 발생하고 사회구성원 다수가 그 이익을 공유한다. 그러나 역사정체의 시간에는 사회공동체 이익을 소수의 기득권세력(정치권력ㆍ자본권력ㆍ언론권력ㆍ종교권력)만이 독점한다. 그래서 정체시간이 오면 역사는 성찰을 요구한다. 역사의 성찰은 기득권의 이익 독점에 대한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자각과 저항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회공동체 구성원을 자율적 근대를 창조한 유럽에서는 ‘시민’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자신의 주체를 강조하는 한편, 공공의 이익과 질서를 우선시했다. 이 ‘시민’이 오늘날 보편적인 ‘국민’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근대 이전까지 이러한 시민계급이 존재하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근대를 타율적으로 수용하면서 ‘시민의식’(공공의 질서와 이익을 우선하는, 그리고 기득권의 권력 독점에 저항하는)도 갖지 못한 채 ‘국민’의 존재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국민들 의식 속에는 시민의식 곧, 저항정신이 희박하다.
우리는 여기서 역사발전의 시간을 ‘역사의 정의’라 이름하고, 역사정체의 시간을 ‘역사의 오류’라고 정의해 두자. 그리고 역사의 오류에 대한 시민의 자각과 저항을 ‘역사의 성찰’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역사시간은 오류의 시간에 대한 반성 곧, 성찰의 시간을 거쳐 정의의 시간으로 간다. 참다운 자유는 인간의 정신이 역사시간과 합치할 때 가능해진다. 이러한 역사시간의 개념을 인간의 정신을 우위에 두는 ‘정치적 영웅’과 관련시켜 생각해 보자.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영웅’은 개인의 정치적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질서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가권력보다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자의 이익보다 가난한 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이익보다 시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도시의 이익보다는 농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다. 언론장악을 통해 국민을 기망하지 않고 국민 편에 서서 자기희생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은 근대 이후, 이러한 ‘정치적 영웅’을 만나보지 못했다. 해방 이후, 민족분단 및 분단고착을 권력기반으로 삼는 독재권력과 자본권력들이 이 나라를 움켜 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정의의 역사시간을 만들어 가려는 많은 ‘정치적 영웅’들이 희생되어 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휘잡고 다니는 정치꾼들은 대부분 ‘정치적 영웅’에 근접하기도 어려운 쭉정이들이다. 자신이 ‘정치적 영웅’이 못 된다고 생각될 때는 정치마당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쭉정이들은 자신을 정치적 영웅으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쭉정이 인물이 정치판에 서게 되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국민(시민)들이 고달프다. 그만큼 역사발전도 더뎌진다. 잘못하면 역사의 오류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 역사의 정의시간을 만들어보려는 정치꾼들이 보인다. 곧, ‘정치적 영웅’을 꿈꾸는 정치꾼들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 6월 2일이면 지역의 정치인물을 뽑는 날이다. 그렇지만 정치영웅이 아닌 쭉정이인물을 뽑게 되면 그만큼 시민과 개인의 이익에 손실이 온다. 그런데 이 나라는 선거방식에서 다수결이라는 잘못된 제도를 부득불 채택하고 있다. 특히 근대의 경험이 끝나지 않은 한국사회는 전근대적 지연ㆍ혈연ㆍ학연과 물신(物神)의 유혹에 따른 다수결이 선거판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영웅’은 한국사회에서 탄생되지 않는다. 시민들 스스로가 공공의 이익(복지사회)과 자기이익(정신적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허울 좋은 국가이익보다 자기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오늘날은 뉴거버넌스(New governance)시대요, 로컬리티(locality;지역)시대다. 그래서 모든 통치는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지역관리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앙집권적으로 에너지(물·전기 등)와 사회시설기반(수도·주택·도로 등)을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점을 시민(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에 의해 이슬처럼 사라져간 ‘정치적 영웅’을 시민의 손으로 다시 되살릴 때가 왔다. 시민들 스스로 공공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때다. 곧 시민의식을 가질 때다. 2010년 6월 2일은 물신(物神)과 지연ㆍ학연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치적 영웅’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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