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관 객원논설위원/인하대 의대 의학전문대학원장

 금년 봄은 정말 더디 온다. 봄이 왔나 싶으면 엄청 내린 눈이 그 분위기를 깨뜨렸고, 좀 따사로운 날씨가 시작되나 싶으면 이내 추위가 우리를 덮쳤다. 이렇게 봄이 늦어지는 것도 지구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봄’하면 우리 뇌리를 스쳐가는 아름다운 말이 많다. 꽃샘추위, 봄비, 버들강아지, 목련꽃 그늘, 아지랑이, 봄 처녀, 빼앗긴 들, 개나리, 진달래, 쑥, 할미꽃, 문설주에 귀 댄 눈먼 처녀, 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발을 씻는 암사슴, 계절의 여왕 등이 얼른 떠오르는 말이다. 그러나 알레르기를 전공하는 의사는 아름답지 않은 몇 개의 단어를 또 생각해야 한다. 꽃가루(말 자체는 아름답지만), 황사, 천식, 알레르기비염, 알레르기결막염 등등의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된 단어들이다.
70년대 초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을 공부할 때 런던이나 로스앤젤레스의 공해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것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소아과 수련 후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집에는 가축을 기르지 않아야 하고 집의 카펫도 치워야 한다는 교과서 내용을 읽으면서 ‘정말 이렇게 하나?’라며 웃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공해가 심각한 환경문제, 나아가 국민의 보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된 지 오래고 알레르기를 전공하는 의사로서 웃으며 읽었던 내용을 하루에도 수십 번 환자의 교육을 위해 말하고 있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소아의 천식환자 증가 양상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의 증가양상과 비슷하며, 이를 천식의 유병률 증가가 공해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공해를 포함한 환경문제가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알려지고 또 환경과 유관한 건강문제가 사회경제학적으로 큰 부담이 되며, 환자나 가족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 정부 들어 환경성 질환, 특히 알레르기 질환에 관심을 갖고 ‘아토피 없는 나라 만들기’를 국정 핵심 지표의 하나로 정하고 이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환경부에서 환경보건법을 제정해 그 법에 의거해 전국에 11개의 환경보건센터를 지정해 환경 보건 정책 추진에 임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과 유관한 건강관리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각 센터들은 나름대로 정해진 특정 분야에 대해 조사·연구는 물론 교육과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은 의사 한 사람이 치료하기보다는 환자는 물론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하고, 치료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질환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교육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특별히 환자 교육은 힘들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환자가 증상이 심할 때는 열심히 교육도 받고 잘 따라오기도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면 마음이 변한다. 만성병이다 보니 주변의 정보 제공자도 너무 많다. 잘못된 정보로 오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돈은 돈대로 들고 병은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각 센터는 여러 방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교육용 책자도 만들고 홈페이지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 자료도 제공한다. 때로는 소수를 모아 전문적으로 교육도 하고 보건소나 교육청의 협조로 다수의 보호자나 학교 보건교사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물론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특기할 것은 알레르기 질환 환자를 모아 1박 2일의 캠프를 활용해 질병에 대한 이해, 음식, 약물 사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이런 다양한 교육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며 질병의 유병률을 낮추는 데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나아가 사회경제학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기에 환경부의 환경보건센터 지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앞으로 발표될 각 센터의 결과에 기대가 크다.
오늘이 신문의 날이다. 어떤 사안이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신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수행되고 있는 일, 특별히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지지 여론 형성에 앞장서야 할 것을 기대하며 앞에서 언급한 국민을 상대로 한 모든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도록 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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