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객원논설위원/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서해 해군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사고 원인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북한은 금강산 관광의 남측 자산을 동결하는 등 대남 강경조치를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핵공격 선제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나오면서 김정일의 방중을 통한 6자회담의 조귀 복귀 가능성을 점치던 분위기는 일변했다. 지난해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가 나오면서 북한의 외화수입이 크게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의 확대와 북한의 중화 경제권으로의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의 대 북한 정책이 북핵 제거와 김정일 정권의 유지 사이에서 결국 후자로 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결국 북한을 움직이는 것은 한국도 아니요, 미국도 아니고 중국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같은 조상을 둔 한 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민족끼리 해결하자고 해도 북한의 미래, 결국 통일은 중국의 손아귀에 달려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패권이 크게 흔들리고 중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이와 같은 한반도에서의 중국 영향력의 확대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21세기 세계질서의 개편 방향에 주목하게 만든다. 올해는 우리가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다. 당시에도 우리의 많은 선각자와 애국지사들이 일제와 열강의 침탈에 맞서 나름대로의 희생과 노력을 했지만 결국 망국의 길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곱씹어야 할 교훈은 어느 한 나라의 힘을 빌려 다른 나라를 견제하려는 단순한 전략은 안 된다는 것이다. 중장기 세계질서의 변화 방향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우리의 내부역량의 강화를 바탕으로 한 치밀하고 포괄적인 대외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우리의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프로젝트’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국운이 걸린 국가적 프로젝트이자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는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시아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우선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개편흐름 속에서 과연 중국을 비롯한 인도 등 아시아의 위상이 크게 올라가는 최근의 변화가 세계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미국과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 오는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동시에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아시아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며 이러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아시아 역내 통합과 공동체 구성은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아시아의 경계를 긋는 일도 간단치는 않다. 싱가포르의 키쇼르 마부바니 같은 학자는 이스라엘에서부터 극동의 일본까지를 아시아에 포함시킨다. 반면 한국·일본 등에서는 서아시아·중동 등은 아시아가 아니다. 정치학자들은 주로 동북아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이나 러시아도 포함시킨다. 경제학자들은 아시아나 동북아보다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를 아시아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아시아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고 만들고 창조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담론이 가능하다. 유럽과 같이 궁극적으로 주권을 이양하는 방식보다는 역내에 빈부국 간의 소득 이전과 문화적 상호 이해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한 아시아 정체성 구축을 우선으로 한 아시아만의 독자적 공동체 건설의 로드맵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금년 11월 서울에서 G20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위기 이후 세계질서의 개편 방향을 잡아 나가는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개도국과 선진국의 중간 입장에서 그리고 비(非) G20 국가들의 입장까지도 반영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프로젝트’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해답 없이 세계질서의 개편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새로운 체제의 구축 방안도 공염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G20정상회의가 개최되기 바로 직전 인천 송도에서 제2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이 개최된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많은 회의가 열리지만 여기서 논의되는 ‘아시아프로젝트’의 해답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정상회의의 의미와 성과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중심이 먼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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