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의 황금기를 연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발생한 첫번째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연설에서 “우리 헌정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권력이 소수에 있지 않고 전체 국민에게 있으며, 사적 이익을 둘러싸고 다투는 모든 사람들은 법 앞에 평등하고 정의로우며, 공적 직책을 맡게 되는 기준은 시민들의 사회적 지위나 공적생활의 위치 또는 사회적 계급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입니다”라며 아테네 민주주의가 갖는 체제적 우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전사들을 가리키며 “이들은 지하에 묻히고 만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되고,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언동 속에 기억될 것입니다. 이 전몰자들과 그 유족에게 나라가 주는 그들의 승리의 관으로서 그들의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를 아테네가 국고를 통해 오늘부터 보증합니다. 즉, 덕행에 지상의 명예를 주는 나라야말로 가장 훌륭한 시민들이 다스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희생과 이에 대한 보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페리클레스의 이 연설과 더불어 민주주의에 대한 묘사로 가장 유명한 연설이 바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의 남북전쟁 전몰자 국립묘지 봉헌식에 참석해 2~3분밖에 안 되는 짧은 연설을 한다. 이 추모연설에서 링컨은 민주주의 하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찌르는 연설을 했다. 링컨은 이어서 “세계는 오늘 우리가 여기 모여 무슨 말을 했는가를 별로 주목하지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겠지만 이 용감한 사람들이 여기서 수행한 일이 어떤 것이었던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명예롭게 죽어간 이들로부터 더 큰 헌신의 힘을 얻어 이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 바쳐 지키고자 한 대의에 우리 자신을 봉헌하고, 이들이 헛되이 죽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굳게 굳게 다짐합니다”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진전의 위대한 사건으로 알려진 페리클레스의 연설과 링컨의 연설이 모두 국가를 위해 몸숨을 바친 순국열사들에 대한 추모연설이었다는 점은 국가보훈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즉, 보훈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삶이 유지·보장되도록 하는 실질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과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학교이자 보루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6월은 월드컵의 열기로 달아오르는 시기이자 동시에 호국보훈의 달이다. 특히 올해 호국보훈의 달은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달이기도 하다. 또 최근의 천안함 사고로 희생된 이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 달이다. 천안함 희생자들을 포함해 국가보훈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독립유공자, 호국·참전유공자, 민주화유공자 등 국가유공자들이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은 위기를 맞은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마저 희생하며 보듬어 안은 이들이다. 그리고 국가보훈은 이들을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고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즉, 보훈은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보훈은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들이 희생으로써 지켜온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은 살아 있어 월드컵을 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이 배우고 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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