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북한군이 지난 23일 낮 서해 연평도를 포격하는 충격적인 도발을 또 감행했다. 두 차례에 걸쳐 한 시간여 동안 무려 150여 발의 해안포와 곡사포를 발사하면서 우리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해병 4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이며, 민·군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도 자주포 80여 발로 응사했으나 북한군이 60여 발을 바다가 아닌 연평도에 조준하면서 섬 전체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이번에는 우리 민간인들을 타깃으로 무자비하게 감행했다는 점에서 지금 북한에 대한 국민 정서는 한마디로 ‘분노’ 그 자체다. 수많은 군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의 아픔을 인내하면서까지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긍휼히 여겨 온정의 손길을 모으던 와중에 터진 북한의 도발은 그래서 더욱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사태의 발단은 북한군이 이날 오후 2시 34분께부터 한 시간 가량 서해 연평도 북방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로 해안포와 곡사포 150여 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여느 때와 같이 일상에 나섰던 연평도 주민들은 서둘러 대피했으나 섬은 온통 전장으로 변했으며 여기저기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일부는 어선과 여객선을 타고 한밤중에 인천 도심으로 피신했으나 섬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정전된 방공호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번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복무에 나섰던 젊은 해병대원들이 또 희생돼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논평을 통해 우리 군이 먼저 사격을 했다는 망발을 일삼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또다시 경악케 하고 있다.

 북한군의 도발은 그 동안 연례행사처럼 1996년 이후 26차례나 감행됐다. 그때마다 희생자가 발생했으나 우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고대하며 북한 동포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왔다. 그러나 북한은 그럴 때마다 배은망덕하게도 도발을 감행해 왔다. 늘 어린애 어리광도 아닌 억지를 받아주다 보니 사태의 불씨를 키우지 않았는지 모두의 냉철한 자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사태가 조금이라도 안정됐다 싶으면 일부에서 소위 ‘퍼주기식’ 여론몰이에 나섰던 점 또한 북한을 잘못 길들여 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와 군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알리고 차후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응징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용은 최소한 원수로 갚지 않는 인간에게 베풀어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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