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고 불에 탄 주택들을 보고 있자니 당시의 아비규환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지더군요. 학교피해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튿날인 24일 오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연평도 피폭 현장을 둘러본 이재병(민·부평2)시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나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운을 떼고 현장 목격담을 전했다.
이 의원은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가옥 10채 중 1채 정도가 피폭으로 인해 불에 타거나 무너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많은 수의 주민들이 뭍으로 피한 까닭에 파편이 널려 있는 거리는 고요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간혹 마주친 노인들은 전날의 피폭 여파로 허기와 피로감을 호소했다는 전언. 이 의원은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맘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와중에도 김장을 담그고 있는 부부를 만나기도 했다. 부부는 그에게 배추더미에서 발견한 파편을 건넸다. 그는 “‘맥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부부의 말에 일견 수긍하면서도 배추 사이에서 발견했다는 파편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지난 30년간 한 차례도 개·보수하지 않았다는 방공호는 엉망이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일주일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물과 난방, 화장실, 공기정화시설들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공격이 계획된 것임을 짐작케 하는 연평마트 건물(옛 보안대) 피해 상황과 연평면사무소 CCTV에 찍혀 언론에 공개된 창고 폭격 잔해는 충격을 더했다. 이 의원은 폭격 당한 창고의 사진을 건네며 “창고 뒤 탄환고를 조준 사격했지만 빗나간 듯 보인다”며 “만약 사람이 있는 면사무소 건물에 포탄이 떨어졌다면 끔찍한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더했다.
차분히 목격담을 전한 이 의원은 “이런 사태를 겪은 주민들이 더 이상 연평도에 거주하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반공전선을 지키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때는 농토를 개량해 주거나 가옥을 지어주는 등의 혜택이 있었던 것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대책이 시급히 세워져야 한다”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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