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29일 오전 10시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연평도 피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 숙소에는 300여 명의 주민들이 TV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시청했다.

대통령 담화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일부 주민들은 연방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강인구 연평도 어촌계장은 “방송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연평도 주민 종합대책 마련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세부적인 내용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담화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원정애(59)씨는 “연평도가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은 매우 좋지만 피난 나온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담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전옥순(61)씨는 “연평도에서 평생을 보내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북한은 항상 전쟁을 준비하는데 우리 군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자주 말씀했다”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우리가 들어가 살지, 그렇지 않고서는 무인도에 군인만 있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담화가 끝난 후 최성일 연평도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 앞에 나서 “대통령이 연평도 주민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계획 중이니 희망을 잃지 말자”며 “담화 내용에 고생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가 없어 서운하지만 정부를 믿고 좀 더 기다리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옹진군청에서 이뤄진 송영길 인천시장과의 대화에서도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배두식(82)노인회장은 “연평도는 평상시 포사격 연습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고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포탄 소리를 듣고 살아왔지만 그간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진 적이 없어 안심하고 살았다”며 “정부가 복구를 잘한다고 해도 이제는 포탄 소리에 방공호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려 불안해 못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천안함 사건 때는 직접 헬기를 타고 방문하던 대통령이 연평도 주민들과 민간인 희생자 장례식장에도 방문하지 않아 서운한 감정이 많다”며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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