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계 1인자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에서 박지은(24.나이키골프)과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무서운 뒷심으로 연장전까지 벌인 박지은은 연장 첫홀에서 두번째샷 실수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으나 확실한 최정상급 선수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이로써 소렌스탐은 58년만의 성(性)대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나들이에서 복귀한 뒤 2주 연속 우승을 거둬 세계 최강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지금까지 8차례 출전해 한번도 오르지 못한 LPGA챔피언십 타이틀을 생애 처음으로 거머쥔 소렌스탐은 LPGA 투어 통산 45번째 정상에 올라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모두 5개로 늘렸고 시즌 3승으로 다승 1위와 상금랭킹 1위를 질주했다.

소렌스탐은 앞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만 제패하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한차례 이상 우승하는 생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4번째 선수가 된다.

폭우로 연기된 3라운드에 이어 9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듀폰골프장(파71. 6천408야드)에서 치러진 최종 라운드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공동2위 그룹에 4타차로 여유있게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서 쉽게 우승할 것으로 보이던 소렌스탐은 보기 3개와 버디 2개로 1오버파 72타로 뒷걸음쳤고 5타나 뒤진 공동4위로 출발한 박지은은 데일리베스트인 4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대 역전극이 연출되는 듯 했다.

박지은은 2번(파4), 3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3번(파4), 5번홀(파3)에서 보기를 저지른 소렌스탐과의 격차를 1타차로 줄였다.

8번홀(파3) 더블보기, 9번홀(파5) 버디, 그리고 10번홀(파4) 보기 등 3개홀에서 1타를 잃은 박지은은 11번홀(파5)에서 3번 우드로 친 두번째샷을 홀 1.2m 옆에 떨구며 회심의 이글을 잡아냈다.

보기 3개를 쏟아내고 버디는 1개에 그친 소렌스탐과 공동선두로 올라선 박지은은 17번홀(파3)에서 1.8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1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곧바로 16번홀(파5)에서 벙커에서 친 세번째샷을 홀 60㎝ 옆에 떨어뜨리며 다시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소렌스탐과 동타를 이룬 박지은은 18번홀(파4)에서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15차례 연장 승부 가운데 11승을 이끌어낸 소렌스탐의 냉정함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루 33개홀을 소화하며 맹추격을 벌이느라 지친 탓인지 박지은은 두번째샷을 그린 왼쪽 벙커 쪽으로 당겨쳤고 깊은 러프에 빠진 볼을 그린에 올렸지만 3m 파퍼트는 끝내 홀을 외면했다.

반면 소렌스탐은 두번째샷을 가볍게 그린에 적중시켰고 2퍼트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오른 주먹을 허공에 날리며 진땀승을 자축했다.

소렌스탐은 "PGA 투어 대회에서 겪었던 심한 심리적 압박감이 내게 보약이 된것 같다"며 "박지은은 나보다 젊고 재능이 넘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곧 메이저 우승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성적을 올렸고 특히 99년 US여자오픈에서 67타를 친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18홀 스코어를 냈다.

하지만 박지은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패자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번 대회에서 72홀을 언더파 스코어로 마친 선수는 소렌스탐과 박지은 등 2명 뿐이다.

준우승 상금 14만7천943달러를 받은 박지은은 시즌 상금 58만3천72달러로 박세리(56만9천55달러)를 제치고 상금랭킹 2위가 됐다.

소렌스탐의 시즌 상금은 97만4천501달러로 불어났다.

로지 존스, 베스 대니얼(이상 미국), 레이철 테스키(호주) 등 3명이 합계 이븐파 284타로 공동3위를 차지했다.

루키 양영아(25)와 김영(23.신세계)은 1오버파 285타로 공동6위에 올라 이 대회 '톱10'에 3명의 한국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3라운드까지 우승권을 지켰던 한희원(25.휠라코리아)은 4타차 2위로 소렌스탐과 함께 최종 라운드에서 돌입했으나 더블보기 1개와 보기 4개, 버디 1개 등으로 무너져 합계 2오버파 286타로 장정(23)과 함께 공동11위에 머물렀다.

김미현(26.KTF)은 5오버파 289타로 공동30위로 대회를 마쳤고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세리(26.CJ)는 이날도 5오버파 76타의 부진한 플레이 끝에 합계 10오버파 294타로 공동46위까지 순위가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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