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재주나 기술 없이도 가능한 것이 있다면 남에게 베푸는 일이다. 하지만 육신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는 마음만 앞서서 될 일은 아닐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의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헛되이 쓰지 않되, 제몸처럼 성심성의껏 의술을 펼칠 때, 그래서 의술을 `인술'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침술봉사단 `성진회'(회장 김정부)는 육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침을 통해 인술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대한침구사협회(회장 신태호) 산하 조직으로 지난 2000년 4월 김정부 회장을 비롯한 인천지역 30여명의 침구사들이 모여 결성했으며 매주 화, 수, 금요일에 망우리 금난교회와 중구 노인복지회관, 인천영락원을 순회하며 의술을 펼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무의탁 노인들이 기거하는 인천영락원은 성진회 회원들이 가장 애착을 갖고 찾는 곳.
 
지난 13일 오전 10시 인천영락원. 성진회 회원들은 챙겨온 침, 뜸, 부항 등 침구류를 정돈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시간 전에 거동을 전혀 못하는 노인들의 치료를 마친 뒤라 한숨 돌릴만도 하지만 또다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매주 거르지 않고 치료를 받는다는 유필희(75) 할머니는 중풍에다 언어장애가 심했다는데 침을 맞으면서부터 건강을 회복했다. 김 회장 자신도 유 할머니가 스스로 걷고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정성을 다한만큼 치료 효과가 큰 것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
 
환자들 대부분은 중풍을 앓거나 크고작은 관절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침과, 뜸, 부항이 이용되는 치료야말로 노인들에게는 당장에 효과를 볼 수 있어 성진회를 기다리는 이유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김 회장은 전한다.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77세의 한 할아버지가 유명하다는 의료시설을 찾아다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김 회장을 찾아 “지팡이 없이 걷게만 해주면 전 재산을 모두 내놓을테니 낫게만 해달라”고 해 꾸준히 치료를 해줬더니 기적처럼 완쾌가 됐다.
 
비단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도 치료를 받으면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편히 잠잘 수 있는 노인들에게는 성진회 회원들이 효자 아들이며 딸이다. 그렇지만 성진회 회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도움을 받는 노인들로 하여금 더 값진 배움을 얻는다고 했다.
 
김정부 회장은 “저희들이야 갖고 있는 기술로 노인들에게 도움을 줄 뿐이지만 힘 없고 병든 노인들은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이라도 나눠주려는 마음이 큰 것 같다”며 “음료수 한 병을 조심스레 내미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 때면 나는 아직도 베풀지 못한 게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유일한 침술봉사단체이기도 한 성진회는 지난 4월 인천시 재난구조대책봉사단으로 지정돼 앞으로의 봉사활동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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