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력도발을 경험한 서해도서 연평도에 아직까지 반듯한 방공호 시설 하나 없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연평도 주민들과 함께 찾은 연평면 중부리에 위치한 방공호는 지난해 11월 포격전과 다름없는 어둡고 답답한 콘크리트 공간에 불과했다.

달라진 것은 방공호 입구에 모래주머니로 쌓은 방어벽이 고작이고, 내부는 지난 포격 당시 바닥에 깔아 둔 플라스틱 상자들이 즐비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방공호의 특성 때문인지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그나마 지난해 포격 직후 임시로 설치한 전기시설과 통신장비가 눈에 띄었지만 이마저도 포탄공격에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지난해 포격 이후 방공호에 대한 기본 보수공사도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다.

북한의 무력도발 후 뭍에서의 피란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연평도 주민들에게 열악한 피난시설은 실질적인 고민거리 중 하나다. 지리상 북한의 포탄공격에 가장 근접한 곳 중 하나이고, 불과 6개월여 전 캄캄한 방공호 내에서 포탄공격을 피해 움츠렸던 그 끔직한 고통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꽃게잡이를 하는 김모(53·중부리)씨는 “지난해 찜질방 생활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연평도에 최신식 안전시설 및 지하 방공호를 확대해 줄 것처럼 했지만 다 헛소리”라며 “수개월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아직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신속한 방공호 정비를 호소하고 있다.

송모(90·동부리)할아버지는 “내 나이에 오래 살자고 방공호 정비를 요구하겠느냐”며 “후손들에게 안전성이 확보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많은 연평도 주민들도 방공호 보수공사와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불안함이 상존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100억 원을 들여 연평도에 대피호 여러 개를 새로 건설하거나 보수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다음 달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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