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은퇴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왼손 타자 이숭용(40)의 야구 인생 18년은 거친 풍랑을 만나도 우직하게 나가는 배와 같았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4년 태평양에 입단한 이숭용은 이후 현대와 넥센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하며 다른 팀으로의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줄곧 머물렀다.

   2000년대 초 야구 왕조를 열었던 현대 시절에는 2003년부터 5년간 팀의 주장을 맡아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우승 주역이었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선수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는 돈이나 상과 같은 물질적인 욕심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장 이숭용은 2007년 현대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 불안해하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팀의 주인이 바뀌면서 연봉이 삭감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묵묵히 버티며 팀을 이끌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채 팀의 주장으로서 굳은 일을 도맡아 했던 그의 우직함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바로 2천경기 출장 기록이다. 이숭용은 16일 현재 2천경기 출장 기록에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1년에 100경기씩,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년 동안 꾸준히 타석에 나가야 이룰 수 있는 대기록이다.

   2008년 전준호(전 SK 코치) 이후 통산 여섯 번째, 현역으로는 박경완(SK)에 이어 두 번째다.

   여기에다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2천경기에 출장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래서 이숭용에겐 '영원한 캡틴'이라는 닉네임이 더없이 어울린다.

   넥센이 오는 18일 목동 삼성전에서 열리는 이숭용의 은퇴식을 '캡틴, 오 마이 캡틴(Captain, oh my captain)'으로 명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숭용의 통산 타율은 0.281, 안타 1천727개에 홈런은 162개를 기록했다.

   타율이 3할대를 넘은 것은 단 세 번, 20개 이상 홈런을 친 적은 한 시즌도 없다.

   그라운드에 큰 발자취를 남기며 화려하게 은퇴한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소박한 성적이지만 그의 '미련한 뚝심'은 누구보다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천경기 출전 기록을 끝으로 현역 선수로서의 긴 항해를 마치는 이숭용은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해외 지도자 연수를 마친 뒤 넥센 코치로 다시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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