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3기 자치단체장 출범이 1일을 맞아 첫 생일을 맞았다. 가족 가운데 아버지가 생일을 맞이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아버지의 생일, 우리네 문화로 따지자면 상다리가 휘어져라 음식이 올라오고 자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감사의 마음과 선물을 전달한다. 따라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신임 자치단체장들의 기분은 재선의 청장들보다 감회가 더욱 새로우리라.
 
으레 구청에서 이런 날이면 경축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고 상황실이나 대강당 등에 모여 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조금의 다과가 마련되고 축사와 함께 선물도 전달받는 등 단체장으로서는 더 없이 기쁜 날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기념행사가 시작되면 당연하듯 등장하는 단체장 1년의 치적에 대한 지루한 홍보시간, 이에 상응하듯(?) 졸거나 빨리 끝났으면 하는 긴 한숨소리가 들리는 풍경이 그동안 펼쳐져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날 생일을 맞은 인천시 남구청에는 휘어질 만큼의 상다리도, 생일축하(?) 노래도, 플래카드는 물론 조금의 다과도, 그 아무 것도 없었다. 사전에 간부직원들과 구 전직원이 모여 행사를 준비하려 했지만 박우섭 청장의 마음은 민생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행사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박 청장은 이날 오전 7시 출근에 앞서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관내 주안7동 민생현장을 방문, 주민들과 함께 대청소를 하며 취임 1주년을 자축했다.
 
이에 뒤질세라 구 직원들도 청장의 취임 1주년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판단, 오전 9시 출근과 동시에 꽃다발을 증정했다. 박 청장은 직원들의 작은 정서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직원들은 이 같은 박 청장의 겸손함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최근 극심한 경제난속에 서민들의 어려운 고충을 듣고 신경써야 할 구청장이 취임 1주년, 생일을 맞아 생일잔치를 뒤로한 채 구민들과 함께했다는 것과 그의 마음을 헤아려 작은 꽃다발을 전한 직원들의 온정이 남구 주민들의 마음에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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