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연평도 연평면 중부리 일원의 피폭 가옥 자리에 새 집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연평도=이재훈 기자
포격의 상흔을 딛고 연평도가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꼭 일주일 남은 16일, 연평도 골목골목은 활기가 넘쳐난다. 공사장 인부들에 의해 포격으로 무너진 가옥 부지에는 새집이 들어서고, 구식 방공호를 대신해 최첨단 대피소가 세워지고 있다.

연평도 주민들도 쉴 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집 건너 한 곳은 김장을 담그기 위해 배추를 다듬고, 식당과 민박집 주인은 손님맞이를 위해 리모델링 공사에 공을 들인다.

바닷가에서는 꽃게가 잘 잡히지 않아 대규모 출어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자미나 광어 등을 잡아 요깃거리를 하려는 어부들이 간간이 배를 띄우고, 마을 앞 갯벌에 마련된 공동어장에서 굴을 따는 아낙의 모습도 눈에 띈다.

포격 피해가 가장 컸던 중부리 일대에서는 무너진 가옥들이 다시 제모습을 찾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1차로 6가구가 집들이를 마쳤으며, 나머지 가옥도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내부 공사가 한창인 상황이다.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주택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새벽에 따온 굴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평면사무소 뒤쪽으로는 최대 800명까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7호 대피소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 연평면 종합운동장 주변 4호 대피소와 연평농협 앞 3호 대피소 공사 현장 인부들도 구슬땀을 흘린다.
안보교육관이 들어설 예정인 연평중·고등학교 주변 피폭 주택은 파란색 대형 가림 천막으로 뒤덮여 있다. 천막 안에는 무너진 천장이며 깨진 유리창 등 시간이 멈춘 듯 1년 전 그날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연평도 고개마루에서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포격으로 숨진 고(故) 김치백 씨와 배복철 씨의 추모비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연평도 평화공원에는 해병대 소속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흉상이 이날 완성됐다.

반면, 밝기만 할 것 같은 연평도의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불안한 모습도 역력하다.
정부 지원으로 추진했던 특별취로사업이 예산이 바닥나 중단된 지 6개월째고, 선박을 갖고 있는 선주들에게 건넨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해 빚더미에 앉게 된 주민이 태반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보상을 받은 주민과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 간 형평성 시비도 일고 있어 주민화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강명성(63)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은 “1년 전의 참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을 곳곳에 희망의 기운이 싹트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정부의 지원이 온전히 이뤄져 주민들이 큰 걱정없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