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학교를 감옥에 비유하고 교사를 피하던 아이들이 서서히 학교를 재미난 곳으로 여기고 얼굴에 웃음기를 가득 담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전히 학교는 학생·교사의 사랑과 갈등이 존재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따뜻해지고 인권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본보는 경기혁신교육 추진에 따른 학교 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도내 혁신학교 20곳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밀착 취재해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1. 용인 흥덕고등학교
   
 

“아이들이 삶의 목표를 위해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지난 2010년 3월 개교 당시 흥덕고등학교는 비평준화지역의 대다수 신설 학교가 그렇듯이 입학 정원의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하는 기피학교였다.

개교 1년도 채우기 전에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은 학생들의 싸움과 교사에 대한 반항, 결석 등 학교가 떠안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흥덕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의 아픔을 감싸안으며 함께 노력해 현재 서로가 이해하며 합심하는 교실문화를 만들어 냈다.

교사들은 학생지도 문제에 대해 지난 2년여간 끊임없이 토론했고, 다양한 기획활동을 장려해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의식을 갖고 주위 사람들과 공존하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현재 1·2학년 학생들의 폭력사건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고 교사에 대한 태도도 ‘적대적 관계’에서 ‘우호적’으로 변했다.

2학년 학생들이 지난 2년간 경험한 흥덕고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면 ‘축제나 학교행사의 프로그램 진행과 구성을 학생들이 주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교칙을 학생 스스로 정할 수 있고 교사가 학생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 학생들과 교사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김대원(2년)학생은 “전보다 학교가 많이 안정됐다. 지금은 폭력사건도 생기지 않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며 “수업 이외에 흥덕고만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흥덕고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며 긍정적 사고, 배려의 자세를 갖고 삶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다고 평가했다. 목표가 있는 아이들의 생활은 더 적극적이고 의욕적으로 변해 학교교육의 가치가 높아졌다.
흥덕고가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학생을 포기하지 않은 교사의 ‘힘’이다.

흥덕고는 돌봄과 치유, 존중과 배려, 참여와 소통의 가치를 교육과정에 담아내려는 치열한 노력 끝에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을 초과하는 등 학생·학부모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교육연구소 교수단이 지난해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학교의 자랑으로 제일 먼저 꼽은 것은 ‘교사가 좋다’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배워 가는 존재, 삶을 나누는 존재로 교육했고 그 결과는 적중했다.
이범희 교장은 “아이들은 교사가 마음을 열고 신뢰하면 반드시 움직인다”며 “흥덕고는 앞으로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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