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우리 아이돌 가수의 활약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특히 유튜브 등을 통해 k-pop을 대변하는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빅뱅 등은 이전 가요에선 볼 수 없었던 리듬과 세련된 프로듀싱으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 사랑을 받고 있다. SM타운의 파리공연 때 티켓 매진으로 추가공연을 요청하기 위해 프랑스 팬들이 시위를 펼친 사실을 르몽드지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이 ‘유럽을 덮친 한류’라 하며 기사를 다뤘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우리 문화의 힘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왜 서구문화에 눌려 살아왔는가. 우리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말도 그렇고, 입는 옷도 그렇고, 먹는 것도 그렇다. 엄연히 우리 땅인데도 우리 말보다는 영어를 더 잘 해야 되고, 티셔츠도 한글보다는 알파벳이 들어간 것이 더 잘 팔린다. 레스토랑에서는 우리의 전통인 쌀밥이나 김치보다는 뷔페나 스테이크를 먹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서울의 특급호텔에는 한식당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분명 반 한류 현상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다름 아닌 수입사상 때문이다. 수입사상이 우리 문화를 내몰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입사상에 묻혀 들어온 서구 문화들이 우리의 전통을 지배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수입사상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수입사상과 맞서 싸울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입사상에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수입사상과 대립해온 전통사상이 맥없이 패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류바람은 불안하다. 작금의 세계로 향한 도약은 한류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동안 한류 확산에 큰 도움이 되었던 한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정보 및 인프라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한류의 주 무대인 아시아 대중문화 시장의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 높아지는 한류에 대한 견제가 수그러들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가운데 특히 아시아권에서 상당한 효과를 본 한국의 대외 위상 제고 역시 계속될 것이란 예측은 위험하다. 반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무기로 하는 공연 콘텐츠 난타의 관람이 아시아 관광객에게 관광코스로서 인기가 지속되는 점은 탈(脫)아시아 관점의 콘텐츠로 한류 아시아 지속의 불투명성을 해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시아를 강타한 한류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는 대중문화 강대국의 전략을 따라선 경쟁할 수도 없으며 따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한류의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지속 확산을 위해서는 고유의 강점과 약점,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아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이미 온라인 게임을 통해 시작한 한류는 그 범위를 다양하게 드라마, 영화, 가요 등으로 확대하면서, 경제적인 부과 효과까지 수반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한류의 확실한 확산을 위해서는 우리 문화콘텐츠의 핫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살려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콘텐츠의 수준과 한류의 대외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내 대중문화 산업 구조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둘째, 대중문화 산업의 국가 간 교류를 보다 활성화해 한류에 대한 견제 완화와 다양한 문화를 수렴한 콘텐츠 생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세계 지역별 대중문화 트렌드의 지속적인 분석과 수요의 파악 등으로 한류 확산의 전략 수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상대적으로 한류의 바람을 타지 못하는 산업들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의 효과적인 국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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