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의식주 모든 면에 변화가 온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식생활의 변화가 가장 민감하다. 입고, 먹고, 잠자는 것 가운데 먹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쌀로 지은 밥 대신에 햄버거나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현주소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지금 우리의 식생활은 기아(飢餓)시대가 아닌 포식(飽食)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너무 많이 먹어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성인병과 비만이 그것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성인대사군 유병률도 선진국 수준인 17~20%에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비만 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아비만으로 불리는 아이들의 비만 현상은 최근에는 흔히 발견되는 질병 가운데 하나인데, 통계적으로 보면 이미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비만아로 분류되고 있어 미국의 6~7명당 1명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런데도 젊은 학생들은 식사 때가 되어도 굳이 식당에 가지 않고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운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도 10년이나 2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식생활도 거의 빵이나 우유, 고기로 바뀔 것이다. 식생활의 서구화(西歐化)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식생활의 서구화는 양과 질, 두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양적으로는 열량섭취의 증가이고, 질적으로는 식물성 식품에 대신해 동물성 식품의 소비 증가를 의미한다. 서구의 모든 나라들이 높은 열량을 섭취하고 있고, 또 식물성 식품보다는 동물성 식품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루 2천370㎉의 열량을 섭취했다. 영양학적으로 성인 한 사람이 목숨만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기초열량이 하루 약 1천600㎉이고, 활동하면서 하루생활에 필요한 필요열량을 약 2천100㎉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섭취하는 열량은 겨우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후 열량섭취는 크게 증가해 1990년에는 2천800㎉를 넘어 2천900㎉ 수준까지 도달했고, 또 10년이 지난 2000년에는 3천㎉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생활에 필요한 필요열량을 훨씬 뛰어넘는 열량의 과잉섭취를 걱정해야 하는 국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설상가상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약 26%에 불과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 100 가운데 26은 국내에서 자급하고 있지만 나머지 74는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식량사정은 해외 의존적이며 매우 절박한 상황에 와 있다. 지금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식량문제는 우려할 수준을 넘어 이미 위험수준에 까지 이르고 있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 모두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는 물론 성인병과 비만을 끊기 위해서는 새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식량안보를 위해 현실적인 식량자급률 법제화 추진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바른 먹거리 교육의 확산을 위한 식생활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식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의 주역으로 자랄 것이다. 이에 대한 각계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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