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단은 주식과 부식의 구별이 뚜렷한 반면, 유럽사회는 주식과 부식의 구별이 없다. 그래서 한국처럼 주부식의 구별이 있는 사회는 농경과 축산이 분리되어 있었던 데 반해, 유럽사회처럼 주식과 부식의 구별이 없는 사회는 농경과 축산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했다.
우리의 경우,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는 밥 외에도 12가지 반찬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반찬은 아무리 화려해도 반찬이지 주식이 될 수는 없다. 반찬은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사회의 식단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를 한번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서양요리는 어느 요리가 주식이고, 어느 것이 부식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먼저 수프가 나온다. 그리고 수프를 먹고 나면 샐러드가 나오고 이어 빵이 나온다. 빵을 먹고 나면 육류나 생선요리가 나오는데 이것이 끝나면 과일과 같은 후식이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커피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료가 제공된다. 이것이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서양식의 일반적인 형태다.
이와 같은 주·부식의 구별은 술을 마실 때에도 우리와 유럽 간에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주·부식의 구별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마실 때 반드시 따로 안주를 시켜 마신다. 안주 없는 술은 생각할 수가 없다. 술은 주식이고 안주는 술을 맛있게 마시기 위한 부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부식의 구별이 없는 유럽사회는 다르다. 안주가 없다. 안주 없이 술만을 마신다.
이처럼 유럽 식단은 주·부식의 구별이 되지 않는 데 비해, 우리 식단은 주·부식의 구별이 뚜렷하다. 쌀밥이 주식이고 김치나 생선, 그리고 고기는 부식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주·부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뚜렷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고기를 배불리 먹어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주식인 밥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고기 소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식인 밥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만큼 밥이 들어갈 공간은 비워 놓아야 하기 때문에 부식인 고기를 먹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식생활의 서구화가 아무리 진전되더라도 주·부식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한 우리나라 고기 소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덴마크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유럽 북부 국가들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장수국으로 꼽힌다. 실제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안 아스트럽 교수 팀이 유럽인 1천33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비만 인구가 영국보다 4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은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유명한 북유럽 식단에서 기인한다. 북유럽 식단은 생선·순록고기·블루베리·유채기름·배추류 등이 중심을 이룬다.
앞으로 바람직한 한국형 식단은 무엇일까. 한국의 식품자급률은 약 26%로 보고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식품별로 다르다. 현재 쌀은 93.8%, 고기는 74.2% 정도이지만 전체적인 식품자급률의 감소는 과일·채소·해산물과 쇠고기와 고급식품으로 인한 것이다. 한국인의 1인당 단백질 섭취량은 권장섭취기준의 200%에 이르고 총단백질 중 동물성 단백질 섭취비율은 1970년대 비해 3배나 증가해 지금은 약 50%가 동물성 단백질이다. 즉, 한국전통 식생활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민의 식품 소비패턴은 사람들의 낭비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진 식품의 선택에 기초하지 말고 사람들의 바람직한 영양적 요구에 기초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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