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최근 들어 은퇴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는 노후를 지낼 삶터로 농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귀농가구 수가 6천541가구(귀촌 포함 1만503가구)로 사상 최대치다. 저비용으로 삶의 질이 높은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농촌과 고향만 한 곳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농 초기의 경제적 어려움 등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 실례로 귀농했다가 역귀농한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귀농 후 농사를 지었지만 생산비에 비해 소득이 낮아 오히려 빚을 지게 되는 경우, 많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소득을 올리던 도시생활이 더 낫다고 생각해 다시 돌아온 경우다.
이런 경우, 건강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훈련이 꼭 필요하다. 먼저, 생생한 정보수집이다. 요즘은 귀농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많다. 교육·철학·환경·건강·종자·도감·음식·집짓기 등과 같이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데 필수내용을 담은 좋은 책이 수두룩하다. 특히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추천하는 귀농 추천 도서나 월간지 전원생활에 연재되고 있는 귀농 선배의 지상 강연, 시골생활기술 백서, 농장 생생 정착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정부ㆍ지자체ㆍ농촌진흥청ㆍ농어촌공사·농협 등이 제공하는 귀농ㆍ귀촌지원 원스톱서비스정보(www.returnfarm.com)를 활용하면 좋다. 
둘째, 귀농(촌)하기 전에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도시에서 배우고 와야 한다. 농촌에는 대학가나 학원도 없다. 전체 인구의 94%나 되는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고 있으니 병원과 약국, 학교와 학원도 모두 도시에 있다. 귀농하기 전에 자기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게 있으면 배우고 와야 한다. 요가·지압·안마·쑥뜸·침·부항·자연의학·글쓰기·사진찍기·농기구 수리, 컴퓨터나 전기·보일러 관련 기술, 집짓기 등은 배운 만큼 귀하게 쓰일 것이다. 아울러 도시에 살면서도 작물을 심고 가꾸어야 한다. 손수 거름을 넣고 씨를 뿌려 채소 서너 가지라도 기르다 보면 저절로 다른 생명과 가까워지고, 자연스럽게 농부 마음으로 변할 것이다. 
셋째, 농어촌 지역에 특화된 재능기부 창구를 활용하자. 농어촌 재능기부자로 활동하고 싶다면 ‘스마일 재능뱅크’(www.smilebank.kr)에 가입 후 ‘재능기부 하기’ 입력창에서 신청하면 된다. 재능기부 희망자는 농림어업·마케팅·지역개발·의료·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 ‘스마일 재능나눔터’에서 재능 기부를 원하는 마을 목록을 보고 기부 희망지를 선택한 뒤, 재능뱅크를 통해 연결된 마을과 협의해 재능기부하면 된다. 재능기부 활동으로 귀농귀촌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농어촌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물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넷째, 사전에 농촌 예비실습을 해보자. 근래 지자체마다 ‘귀농인의 집’들이 다 있다. 한 채당 4천000만 원씩 지원을 해준다. 군 단위농촌지역마다 있는 ‘귀농인의 집’은 입주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월 10만 원 안쪽의 사용료를 내고 농지까지 알선해서 6개월간 살게 해준다. 귀농 학교도 견습 농부 과정이고 여러 군데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시골마을 도우미나 마을사무장 같은 일을 하면서 마음이나 몸이 농촌으로 이전해가는 순조로운 중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또 선진농업인 인턴제라든가 장기귀농학교 등이 있어 1년 정도 월급까지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농사학교도 있다. 백 번 천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것이 큰 용기이며 희망이다. 세상일은 돈으로만 해결할 순 없다. 몸이 익숙해지고 밥숟가락을 함께 해봐야 정이 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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