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에 중독된 사회다. 한국의 ‘압축 성장’은 소통을 건너 뛴 ‘시간 절약’의 결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머리와 머리가 만나면 두통이 생기지만,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소통이 된다는 말이 있다.’ 단순한 말 같지만 이 말에는 사실 중요한 경제학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경제학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인간답게 살아야 할 공평(공정과 평등)경제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불공평 등을 합리화하고 이를 부추기고 있는 그 반대의 경제학파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사명감이다. 예컨대 ‘자유시장경제’를 모토로 하고 있는 영미식 자본주의(미국과 캐나다 등)는 이윤극대화 전략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다. 이들에게 사람들의 신뢰와 협력은 사치이다. 반면, 대부분의 유럽지역에서는 영미와는 달리 시장중심의 이윤전략보다 ‘사회적 관계’중심의 공존공생을 모색한다. 이 경우 협력과 신뢰는 필수다. 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이런 학파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사회의 풍부한 ‘사회적 자본’이 불평등과 배제가 완화된 ‘공평경제구조’를 가능케 했다고 한다.
소통에는 특히 ‘공평경제구조’를 가능케 하는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통의 진실성과 경제성이 충만한 환경이 협동조합 시스템이다. 즉, 협동조합 이념 속에 녹아 있다. 협동조합 이념이란 협동조합이 지닌 최고가치와 지도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조와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한 자득타득(自得他得)의 상부상조를 원동력으로 할 때 바람직한 협동조합 이념을 구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협동조합 사상가와 운동가들에 의해 주장되고 실천돼온 협동조합 이념으로는 상부상조의 협동정신, 자조·자주·자립의 이념, 평등·비영리·공정의 이념 등이 있다. NH농협의 경우는 ‘자조·자립·협동’을 농협의 3대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 중 협동은 농협의 중심 이념으로 막연히 힘을 합친다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아 공동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구체적 행위를 말한다.

협동이념이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자득타득(自得他得)의 상부상조 정신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조합원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협동은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라는 말 속에 잘 표현돼 있다. 아울러 ‘자조이념’은 자득타득의 상부상조 정신의 전제조건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는 서로 돕는다는 것은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자조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협 운동은 외부의 원조나 지원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자립’을 농협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자립’은 외부의 간섭이나 지배에서 벗어나 올바른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협동조합 이념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기본 원리이자 기반이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이념을 중심으로 결집되고, 협동조합 이념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하고,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은 임직원과 조합원 모두가 이와 같은 협동조합 이념을 항상 명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진실한 소통은 불필요한 논쟁으로부터 발생하는 거래비용를 절감시켜 준다. 나아가서는 신뢰와 협력 등 사회적 자본의 규모를 늘려준다. 소통은 시간이 좀 걸린다. UN이 최근 협동조합시스템에 주목한 것은 세계적인 글로벌 재정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평경제구조를 모토로 소통의 경제학을 실천하는 협동조합시스템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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