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수상택시 기사’라고 알고 있는데 별 상관은 없겠지만, 사실 ‘수상택시 선장’입니다.”
인사를 건네기가 무섭게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수상택시를 운행 중인 ‘수상택시 선장 듀오’는 인사에 앞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다.

인천에 단 두 명뿐인 임상관(62)·김종운(60)수상택시 선장 듀오를 알아보기 위해 이들을 만났다.

 # 바다(물), 선장 듀오와의 인연
임 선장과 김 선장은 각각 지난 1974년도와 1969년도에 옹진군청 근무를 시작으로 바다(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상택시 선장 듀오답게 자신의 맡은 업무를 수행하며 바쁜 중에도 자신들을 게으르도록 놔두지 않았다는 시작부터 닮았다. 언젠가는 한 배의 선장이 되겠노라는 큰 꿈이, 목표가 처음부터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정선과 어업지도선을 탔기 때문에 한 달 평균 한 번밖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꿈은 버릴 수 없었다.

임 선장은 행정업무를 지원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그는 “배를 한 번 탔으면 선장까지는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항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했다”며 “꿈을 이룬 순간부터 현재까지 나는 스스로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어선을 통제하고 조난선 구조업무에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어민 소득 증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서로 간 업무 성격은 달랐지만 업무가 끝난 뒤 선장 듀오의 삶은 여기서부터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더 나은 항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선장이 되기 위한 노력에 투자되는 업무 외 시간은 이때부터 이들을 물과 또 서로에게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김 선장은 “업무가 끝난 뒤에는 선장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며 “힘든 업무 뒤 항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임 선장을 아주 독하다고 생각한다”고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다.

 # 단짝 선장 듀오
선장 듀오는 서로 친해지기 전부터 이미 서로를 닮아 있었다.
옹진군청에서 근무하면서 근무지와 업무 성격은 달랐지만 선장 듀오는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전국 군·구를 다 따져 봐도 지역 특성상 어업지도선과 행정지도선 선장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5월 임 선장이 수상택시 선장으로 발령받으며 듀오의 관계는 돈독해져 갔다.

거친 물살과 비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누비던 선장 듀오에게 수상택시는 마치 고급 세단을 타며 함께 드라이브하는 기분이다.

선장 듀오는 모두 선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여객선을 운행할 때는 선장 외 안전관리책임자가 동승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항상 수상택시에 동승한다. 이 때문에 듀오는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몸이 편치 않으면 법에 따라 수상택시 운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의 신체리듬마저 비슷해졌다.

임 선장은 “서로 몸이 좋지 못해 결근한 날은 아직 없지만, 내가 컨디션이라도 안 좋은 날은 김 선장도 컨디션이 비슷하게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친구는 닮아 간다고 하는데, 친구보다 더 친한 김 선장과 닮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듀오에게는 함께 근무하면서부터 추억도, 감동도 공유되고 있다.

김 선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하면 말은 통하지 않아도 몸짓·눈짓으로 대화를 하곤 하는데, 설명이 잘 되지 않은 게 뻔한데도 뿌듯함을 느낀다”며 “언젠가 술자리에서 임 선장과 직업에 대한 뿌듯함을 나누다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업무가 끝난 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술자리를 함께하지 않으면 어색하다는 듀오는 “돈이 없어서 술을 못 마시지, 경제적 여유만 되면 매일 저녁 술자리를 함께하고 들어갈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선장 듀오의 꿈
선장 듀오는 이미 자신들 인생 최대의 목표인 선장직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꿈은 없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답을 서둘렀다.

   
 
수상택시를 찾는 보다 많은 손님들에게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펼쳐 인천과 송도·수상택시를 기억시키겠다는 꿈마저 이들에겐 같았다.

선장 듀오는 “인천지역 대부분의 유치원이 송도 수상택시 체험을 필수 코스로 채택하고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며 “수상택시를 타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뿌듯해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천·송도·수상택시를 기억시키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누군가가 알아봐 주고, 기억해 주고, 찾아와 주길 바랐던 것이 사실인데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게 되니 또 하나의 꿈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랑스런 직업을 통해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천을 홍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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